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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Jul 10. 2024

털털한 남자

털에 대한 고찰

나름 털털한 성격인데

예민하고 낯을 가린다.

한마디로 나는 성격이 꼬여있다.

그만큼 몸의 털들도 꼬여있다.


꼬불꼬불


그와중에 같이 늙어가는 처지 아니랄까 봐

갈색, 흰색 털들이 반동분자처럼

이곳저곳에서 솟아오르고 있다.


몸에 털이 많지 않고 남들보다 길게

자라는 탓에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몸 군데군데 미역을 두른 것 처럼

거무튀튀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슴에는 털이 없다.


수북한 수염을 기르고 싶었으나

털끼리 연결되지 않으며

007 제임스본드처럼 섹시한 가슴털을

갖고 싶었으나 선천적으로 없으니

이놈의 비루한 몸뚱이에서는

털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  


하염없이 길어지는, 지쳐 늘어지는,

삐죽삐죽 정리 안 되는 이 녀석들을 보며

정신을 바짝 차려본다.


분위기에 휩쓸려 털주인까지 쓰러지면 안 되지.

심기일전, 뒤돌아서 과거를 바라보던 나를

180도 돌이켜 세운다.


그저 정리를 해야겠다는 일념 하에

번뜩 '왁싱'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친다.


털털하지 못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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