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불명
회사에서 추석선물을 고르란다.
왈칵 눈물이 날 뻔 했다.
일년에 두 번, 신나게 물건을
비교하며 고르던 엄마가 떠오른다.
물건을 받으면 2장씩 사진을 찍어보내며
나에게 검사를 맡곤했다.
당연하게 엄마집으로 배송되던
굴비나 전복이 우리집으로 배송되는
낯선 상황이 벌어질 뻔 했다.
고민 끝에 이모한테 연락을 했고
선뜻 받아주신다 하여서 마음이 놓였다.
잠깐 기분이 좋았다.
생전 엄마집 냉동고에는 내가 준
추석선물과 설 선물이 도통
줄어들 기미가 안보였다.
하루에 하나씩, 빨리 좀 먹으라는
나의 잔소리에
엄마는 기분 날 때 아껴 먹는 중이며
그리고 먹게 되는 날에는
전화로든 문자로든 내게 고맙다고 했다.
나는 그 고마움이 왜 고마워하는지
알 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야 그 마음을 찾으려니
냉동실에 낀 서리마냥 부숴지고
낯선 냉기만 남았다.
이렇게 오늘 나는
과거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