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
엄마는 추석마다 인터넷에서
평이 좋은 밀키트를 사가지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엄마 요리는 맛이 없어!
내 투정으로 시작된
엄마의 밀키트 쇼핑
이제는 그 것 조차 먹을 수 없다.
올해부터는 엄마가 없으니까.
나홀로 맞이하는 첫 추석은
긴 여행으로 도망쳐봤지만
아직 나는 어리고 약하다.
폐암으로 힘겹게 호흡하던
엄마를 옆에두고 나는 말했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해 준 간장 떡볶이가
맛있었다고.
곧 건강해지면 다시 해달라고.
엄마는 힘겹게 웃으며
기억하는구나. 그랬니? 고맙다.
다시 해준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으시고
아니 못하시고,
나를 긴 추석에 홀로 남겨 놓고
급히 그렇게 떠나셨다.
나는 오늘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시던 콜라를
엄마 묘목에 뿌려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