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하다는 말
엄마가 원하는 건 대부분 한 번으로 족했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맛있는 곳이라도
아들과 함께 간 곳이면 한 번으로
늘 충분하다고 했다.
엄마는 임종 직전,
아들과 이렇게 한 번 살아봤으면 됐다. 라는
생각을 하셨을까?
한 번 치고는 너무 길었던 엄마의 여행.
충분하셨을까?
그리고 한 번이 그렇게 끝날 줄 몰랐던 나.
작년 이 맘 때쯤 항암 치료의 후유증으로
대머리가 된 엄마를 데리고
녹차 빙수를 먹으러 갔었다.
그 때도 그랬다.
이렇게 맛있는 빙수를 한 번 먹어봤으니 됐다.
나는 또 오자고 했고
이제 다신 그 길을 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