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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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의 번잡함을 뜰안에 두고 잠시 들에 나가 바람을 맞으면 어디선가 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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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 그날 먹을 풀들만 골라 뜯으며 절로 허리를 숙이는 시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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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물이 푸르게 든 손마디며 그의 이마를 어루만지다 지나가는 바람이 그에게 닿는 어느 신의 위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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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들에서 돌아와 밤을 길어 쓴 시들은 신에게 드리는 노래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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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들에는 풀이 피어나고 불타고 있지만 숲은 바람에 일렁이고 고라니며 다람쥐가 함께 사는 지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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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언어를 빌려 잠시 인간 외의 것들에 눈을 주는 것은 필요하기도 하고 간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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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국 그 기도는 인간의 입에서 나와 인간의 집으로 돌아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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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의 처마 아래는 새도 기꺼이 들어와 살고 깊은 밤 마당의 흙위로 뱀이 뜻모를 언어를 남기기도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