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짧은 글들을 읽어가면서 나는 몇 번이나 숨을 몰아쉰 걸까. 책을 덮고 사무치게 쓸쓸한 마음으로 멍해진 걸까.
몇 번의 생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뒷모습을 본 것만 같다. 따뜻하지만 슬프고, 다정하지만 먼, 잡힐 듯 아스라한 체온 같은 것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따라간 것만 같다. 당신은 왜 이렇게 사무치나요. 볕이 사그라지는 시간, 비스듬한 빛그늘에 들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그에게 말을 걸면 얇게 미소지을 것만 같다. 사무치게 그가 기다리는 당신은 어느 시간과 공간에서 거울조각의 바다를 건너 그에게 오고 있을까.
닿아도 잡을 수 없고, 스쳐도 기억만 남는, 어느 한밤중에 길에 떨어져 빛나다가 아침해가 뜨면 사라질 것 같은 낱말들이 책에 가득하다. 호흡이 길지 않다. 아름다운 것들은 원래 단속적이다. 그것은 영원하지 않아서 사람에게 그리움을 남긴다.
나는 그가 정말 밤을 새우면서 이 글들을 썼다면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렸을 것 같지만-. 그에게 불면은 먼 일이라고 하고 두 시가 되면 그가 사랑하는 잠의 파편속으로 기꺼이 잠긴다 하니 다행이라 여긴다. 이 낱말들은 그가 잡지 못한 어느 밤의 정경에서 놀러나온 요정들처럼, 사람들의 커다란 잠옷 주머니에서 하나씩 떨어져 이어 붙여도 말이 되지 않는 어그러진 퍼즐처럼, 반짝인다. 내가 어린 시절 무심코 깨버린 유리잔처럼. 주워모아도 도저히 하나로 이어지지 않는, 어느 망가짐의 기적.
손바닥 가득 망가진 것을 담고 흘러넘치는 망가짐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어두워지는 것. 둔한 감각은 기억과 닮아서 좋다. 좋다, 라는 말에 왜이리 우리는 인색한 걸까. 좋다. 이 낱말들이. 나는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을 천천히 따라간다. 먼 곳의 별과 사막과 영영 찾지 못할 행방불명의 다정함 속으로. 쓸쓸하게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