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숲속에서 물어보라. 당신은 완전한가?"
1. 요정의 드레스를 입고 맨발로 이끼와 진흙을 밟으며 지렁이와 애벌레를 주워먹고 잎사귀 위에 맺힌 이슬을 거두어 마셔도 그-그녀는 그 집을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으로서 살았던 집-폐허를 떠나지 못한다. 누구도 해치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인간인가요? 라고 물었던 그-그녀는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포효한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기형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던 기묘한 육체는 경계 너머에서는 완벽하다. 완벽한 존재는 완벽하지 않은 세계에서 이용당하고 배척당한다. 완벽한 존재는 완벽하지 않은 세계의 표면에서 끝없이 미끄러진다. 그-그녀가 경계를 넘어갔더라면 완벽한 존재로 살아갔을까. 영혼의 관성은 완벽하지 않은 세계로 기운다. 모든 것이 흩어져 있다. 산산히 부서진 스스로의 조각을 주워담으며 새벽의 땅과 밤의 물로 헤맨다. 그-그녀는 깨진 거울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까. 깨진 거울을 주워모으면 거기에도 수많은 경계가 생긴다. 무너지는 집-폐허는 종소리와 함께 뒤집어지는 뒷면의 세계. 그곳에는 꿈도 없는 잠과 빛나는 어둠이 일렁거릴까.
2. 인간은 추해요, 나는 인간에게 복수해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그녀-그는 떠돈다. 주기적으로 수정되지 않은 난자를 낳아 벌레를 으깨어 먹이며, 행복하고 따뜻한 인간의 아이를 훔쳐 아동포르노 암시장에 팔면서-. 그런데 뭘까. 결국은 훔치고야 만 이웃의 아이를 만지는 그녀-그의 얼굴은 진심어린 사랑으로 환하게 빛난다. 부모가 살해당하고 인간의 손에 거세당한채 동족을 찾아 헤매돌아다니는 그녀-그에게 깃든 것은 불안이었을까, 환희였을까. 인간으로 자란 그-그녀가 보기에 단단하고 행복해보였던 그녀-그는 아프고 다쳤다. 아물지 않는 상처, 헤매는 일의 추위를 견디지 못할 때, 그녀-그는 희미하게 입을 벌리고 웃음을 흘린다.
3. 알몸의 연인이 짙은 녹빛의 숲을 뛰어가고, 이끼가 둥둥 뜬 물속에 들어가 입을 맞춘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경계에 수많은 동심원이 그려진다. 물속으로 숨는 연인들 - 그들은 뜨겁게 사랑하고 있는데, 왜 경련하듯 세계는 추워지는가. 나무는 짙은 숨을 내뱉고 순록과 여우도 신의 나라에서 건너온 것처럼 우람하고 고요하다. 자연속에 들어가 머물지만 그-그녀의 표정은 평화롭지 못하다. 극의 내내 불안하고 슬픈 그-그녀의 눈. 극의 말미로 갈수록 자연스러워지던 그-그녀의 얼굴은 홀로 남아 떠돌면서 다시 두터워지고 경련한다.
4. 꼬리가 잘리지 않은, 작지만 강인한 육체, 맛있는 벌레를 먹고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다시는 얼굴-. 갓 태어나 완벽한, 경계를 초월한 존재. 이 완전함을 품에 안고 경계의 존재는 과연 어디로 향할 것인가. 그-그녀가 안은 것은 심연으로부터 건져올린 완전한 거울인 걸까.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알 수 없는 표정이 그-그녀의 얼굴을 스쳐 숲의 하늘로 날아간다. 이야기는 여기서 입을 다물고 얼굴을 가린다. 눈을 감으면 푸르게 갈라지는 천정, 금빛 선을 품은 사방 벽.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발등이 경련한다. 몸의 가장 깊은 곳에 고여있다는 푸르고 진득한 피가 말을 건다. 당신은 완전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