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자 시집 <해피랜드>

by 별이언니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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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햇빛 가득한 축제가 열리는 광장 한가운데에서도 어둡고 그늘진 곳을 찾아 눈을 주는 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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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갈라지고 무너져 절망의 통곡조차 사라진 한가운데에서도 여전히 희망을 움켜쥐고 나아가는 이라고 생각했다. 이 시집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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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단순히 유행병 때문은 아니다. 이 병은 우리가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것들을 일일이 들춰 보여줬을 뿐,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수습할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만질 하늘 귀퉁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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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 시는 결국 이런 거지, 그럼에도 불구한 무엇이지 - 아직도 황폐한 흙을 더듬어 씨앗을 심고 이웃의 그늘진 이마를 서로 어루만지는 사람을 떠올리는 이가 있다면 그것 또한 시인이고, 그가 문득 청아하게 부르는 노래가 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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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세상이 멸망하고 행성에 모래바람 자욱하고 쓸쓸한 우주가 차가운 한 점의 냉기로 사라져 우리의 시공이 무너진 이후에도 한 가닥 떠도는 흥얼거림이 있다면, 그것이 시리라. 시는 인간만이 쓸 수 있고, 터무니없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꿈을 꾸며 걸어가는 일도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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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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