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드문드문 칼럼이나 기사 등으로 접해왔던 내용이긴 하지만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엄연한 범죄' 를 읽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생명들을 떠올리자 참담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기형, 자폐증, 신경증, 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끔찍한 피해가 나열되었지만 내가 가장 끔찍했던 건 글리포세이트가 뿌려진 땅은 말그대로 '죽어버린다' 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초제는 그것이 스민 흙과 그 흙을 토대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신경체계를 교란시키고 폐허로 만든다. 거기에서 기형적으로 자라나는 것은 글리포세이트에도 이길 수 있도록 유전자조작된 콩과 옥수수들이다. GMO 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더 잘 알고 있는 이 유전자조작식물을 기르기 위해 더 많은 글리포세이트가 뿌려지고 땅은 회복할 수 없도록 망가진다.
이 근본적이고도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절망 앞에 나는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머리가 둘 달린 돼지가 태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땅은 우리만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다음 세대에게 이 지구를 물려줘야 하는데 독이 가득 든 물잔을 들어 아이들의 입술에 가져다대고 마시라는 격이 아닌가.
몬산토는 연구를 왜곡하고 정부를 매수하고 과학자들을 협박해 이 파괴병기를 전세계에 팔았다. 땅을 죽이고 건강하게 자라는 식물들을 죽이는 걸로 모자라 바람에 실려가서 혹은 물에 스며서 주변의 모든 생명들 - 자궁에 갓 착상해 투명한 손과 발을 만드는 아기들, 먹이를 찾아 인간의 밭 근처에 찾아온 야생동물들, 유전자조작콩으로 만든 깻묵을 먹고 병을 얻은 소와 돼지들, 그리고 그 고기를 먹고 몸속에 독을 쌓아 각종 알레르기 심지어 암까지 얻은 사람들 - 을 파괴한다. 몬산토 국제법정의 한 증언자의 말처럼 이건 '대량학살'이다. 글로벌 기업이 자본의 힘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학살을 저지르고도 그 무시무시한 제초제를 친환경 약제로 둔갑시켜 면죄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몬산토에 대항해 오랫동안 싸워온 저자와 동료들, 그리고 글리토세이트로 인해 삶의 일부분이 망가진 증언자이자 이 조용한 학살을 저지하기 위한 투사로 일어난 선량한 시민들이 헤이그에 모여 몬산토 국제 법정을 열었다. 실제적인 제제의 효력은 없지만 실제로 법정의 조건을 갖췄고 법률전문가인 판사가 증언을 듣고 법률적인 해석을 더해 권고 의견을 발표했다. '생태학살'이라는 범죄가 로마 규정에 등록되고 국제법에 의해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마땅히 다뤄져야 한다고. 이것은 멀리 인간의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 지금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인류가 지속가능한 최소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2020년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 법정은 바이엘-몬산토(2018년 독일 바이엘은 몬산토를 인수합병했다. 입수합병이라는 치사한 수를 써서 몬산토에 걸려 있는 수십만 건의 소송을 피하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학교 운동장 관리인 드웨인 존슨이 몬산토가 제초제 사용으로 인한 암 유발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제기한 손해보상 소송에서 바이엘-몬산토는 책임을 지고 204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판례를 얻음으로서 이 길고 지난했던 싸움에 빛이 보였다. 그러나 아직도 지구에는 생태학살을 버젓이 저지르는 많은 기업과 정부들이 있다. 먹어서 소화도 시킬 수 없는 돈을 위해 우리의 목숨을 유지시켜주는 모성을 파괴하고 우리의 다음 세대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 '생태학살'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아주 길고 험한 계단 아래에서 겨우 몇 발자국을 뗀 것에 불과하다. 자본의 카르텔은 더럽고 무겁다. 그것을 헤쳐나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무기는 양심과 용기다. 이 유리검을 들고 그러나 우리는 한 걸음씩 나아간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다. 이건 목숨을 건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