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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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시, 라는 말이 떠올랐다. 시인의 첫 시집이지만 단순한 의미는 아니다. 처음 입술을 떼는 일, 처음의 발화, 처음의 축조, 맨 첫번째 돌멩이, 처음은 길고 잘 끝나지 않기도 한다. 그런 처음의 방, 처음의 중얼거림, 처음의 눈, 그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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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첫 시집들이 있지만 지나치게 노련한 시집들도 있다. 물론 시인의 (어쩌면) 길 생애 동안 첫 시집은 첫 시집이구나, 하며 고개 끄덕일 풋풋함과 열정이 담겨 있을테다. 과로하는 것이 시인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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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구현우의 이 시집은 '처음'의 느낌이 생생해서 나는 시를 읽으며 어떤 바람에 등떠밀려 예기치 않은 청춘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었다. 청춘이라고 썼지만 젊다는 느낌은 아니고, 그냥 '처음'의 느낌이랄까. 그건 너무도 매력적이라서 느리게 읽으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꽤나 솔직하구나, 그는. 상처를 누르는 손바닥을 떼면 약간의 피가 묻어있고 상처는 지혈되어 서툴게 닫혀 있다. 치명상은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비명을 쉽게 지르지 않는구나. 대신 손바닥에 묻은 피를 골똘히 바라보는 것으로 처음의 발화를 시작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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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없이 걷다가 만나는 모든 풍경이 시인의 안에서 펄럭이고 그는 돌아가 조용히 시를 쓴다. 그의 처음이 꾸준함으로 이어져 그가 이윽고 과로하기를. 피로의 끝에서 충혈된 눈이 만나는 그만의 풍경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