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 모리아티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by 별이언니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에요."


인생이란 참 재미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전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한순간에 바뀐다. 무수한 선택이 그를 거기로 이끌었고, 저주라고 생각했던 비극이 이정표가 된다. 산다는 건 아이러니다.


그들의 비극은 사라지지 않았다. 평화의 집 바깥 그들의 삶은 그대로다. 명상 팸플릿의 홍보문구에서나 볼법한 '극적인 깨달음'은 LSD를 먹어도 찾아오지 않았다. 물론 모든 갈등, 모든 착각, 모든 갈구는 신이 계획해둔 끔찍한 시간표처럼 맞물렸지만. 밀폐된 공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평소라면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거나 한 발 물러나 고개를 젓거나 명함을 내밀 타인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어색함 - 이 모든 것들의 밖으로 갈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다. 손을 내밀어 문고리를 잡고 돌린 후 문을 당기는 것. 아무도 그 단순한 행동을 해보지 않았다. 수만 개의 비밀번호를 조합하고 문설주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꾸러미를 내리기 위해 몸을 날리고 울고 고백하고 서로를 비난하고 사랑에 가득찬 마음으로 작별했지만 누구도 문에 다가가 문고리를 돌려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열린 방안에서 스스로 갇혀 있었다.


마샤는 옳았다. 그들은 처음 그곳에 발을 들인 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마샤는 틀렸다. 그들은 결국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들의 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고, 그들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뀐 것도 없다. 아주 조금, 아주 약간만 몸을 틀었을 뿐. 하지만 그 아주 약간의 움직임이 천천히 삶의 풍경을 바꾼다. 아주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아주 조금 다르게 바라봤을 뿐인데 - 아니, 하지만 그들은 복권 당첨보다 더 희귀한 삶의 분기를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달라지지 않았던 것은 마샤였다. 이민을 와서 아들을 잃고 일중독으로 심정지가 왔던 그때부터 마샤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난 엄마가 아니라고 미친듯이 소리치던 그날의 상처로부터 마샤는 조금도 도망치치 못했다. 타인의 상처를 돌보고 타인을 어떻게든 그녀가 생각하는 지점으로 데려다놓기 위해서 미치는 것도 서슴치 않는 마샤는, 스스로 다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녀 자신이 텅 빈 동굴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녀에게 홀리는 사람들은 그녀의 깊은 허무, 그녀 안에 끝없이 펼쳐진 어둠에 공감했다. 아마도 마샤의 '회복 프로젝트'는 순항할 것이다. 프랜시스, 토니, 나폴레옹, 헤더, 조이, 카멜, 벤, 제시카, 라스 - 그날 그 방에 있던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은 운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어떤 운명이 그들을 거기 모아 그 극적인 밤을 빚었을지도.


마샤는 문고리를 잡고 돌릴 수 있을까. 그녀는 아름답고 매혹적이고 광적이고 얄팍하다. 그 얄팍함이 나를 궁금하게 한다. 마샤는 손자를 보러 올 것인가. 언젠가는, 그녀가 엄마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상처 속에서 걸어나올 수 있을까. 나는 그 위험한 여자에게 매혹당했던 야오를 이해한다. 이 소설을 빛나게 한 건 마샤였다. 전혀 입체적이지 않은 그 여자가 나는 흥미롭다. 한 번 멎었던 심장이 데려다준 젊고 화사한 청년의 환상 속에서 여전히 부드럽고 규칙적으로 뛰는 그녀의 심장이. 그 위태로운 평화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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