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빈 시집 <밤의 팔레트>

by 별이언니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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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자라는 것들은 무서워. 발랄하게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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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빛이 눈에 부리는 마법.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혀로 핥으며 묽다고 말하는 사람, 진득하다고 말하는 사람. 붉다고 말하는 사람, 푸르다고 말하는 사람. 그리고 파랗다고 말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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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랗다고 하니 물감통 같다. 밤은 모든 색을 몸속에 우겨넣고 무럭무럭 자라는 중. 옷이 터질 것처럼 몸은 자라나고 가죽은 늘어나고 몸속은 엉망진창. 새벽에도 문을 닫지 않는 축제 기간의 놀이공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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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도와 채도가 높다. 쨍하고 투명하다. 피조차 탁하지 않은 몸. 그 소용돌이치는 육체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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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이렇게 엉망진창인 몸으로 고즈넉하게 고여 있다, 세계에. 나는 꽃잎이 떨어지는 세계에서 오발탄으로 터지는 불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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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자라는 것은 무서워. 세계가 이렇게 고요하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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