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읽고
*
시인은, 시는, 상냥한가 - 다정한 물질인가. 새벽에 일어나 앉으니 방바닥은 차갑고 남쪽 지방엔 가는 비가 내린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잠에서 채 깨지 못한채 묻고 다시 묻는다. 시는, 시인은 다정한가 - 상냥한 영혼인가.
**
적어도 이런 다정함이라면 좋지 않을까. 망설이는 다정함, 머뭇거리는 다정함 - 솔직하다. 우리는 모두 다정하지만 다정하지만은 않으니까.
***
그래도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 '태어났다'는, 의지와 상관없이 얻은 것에 의기양양하지 않고, 어렵게 입을 떼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 그는 다정한 사람이다. 빛나는 흙으로 빚어져 우기에는 흐물거리는 몸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걷는 사람이다.
****
우리가 모두 다른 물질로 만들어진 몸이라면 이 시인은 흙의 사람. 품어 틔우고 키워내는 일에 더디지만 희망을 가진 사람. 그 희망이 찬란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도 이미 아는 사람.
*****
나무가 가지를 뻗는 방식으로 허공에 조심스러운 길을 만드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