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하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by 별이언니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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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머스지 같은 시네,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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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세 소년이 나란히 앉아있다. 우유맛 아이스크림을 먹는 소년의 혀는 하얗다. 메론맛 아이스크림을 먹는 소년의 혀는 초록색이다. 가운데 앉은 소년이 혀를 내민다. 우왓, 너 혀 굉장히 길다! 붉고 도돌도돌한 혀는 길고 소년들은 와하하 웃는다.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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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는 독자에게 닿는 순간 저마다의 색과 결을 다시 얻지만 이 시인의 시는 유난히 더 그런 것 같다. 따뜻한 사람이 읽으면 따뜻한 위로가 되고, 슬픈 사람이 읽으면 겨울밤 부는 바람이 된다.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은 땅, 물의 심사를 잘 읽어야 하는 섬에서 쓴 시라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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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의 즙을 내어 마시면 그 혓바닥은 무슨 색이 될까. 바람이 부는 밤이면 오래 잠들지 못했을 것만 같다. 짙은 유자향이 풍긴다. 내 혓바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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