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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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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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알 수 없는 이가 천천히 얼굴을 쓰다듬었다. 볼을, 이마를, 눈썹을, 감은 눈 위를, 눈밑을, 입술을, 턱을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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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만 섬세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았다. 맥이 뛰고 있었지만 생동감이 없었다. 아무런 감정도 전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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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리며 꿈에서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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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럼 따뜻한 날에 창을 열어두고 시를 읽었다. 무겁고 진지하고 슬픈 언어들 - 죽은 자의 마을에서 발굴한 흙으로 빚은 나비가 펄펄 날아다니는 봄날 닮은 시. 몸이 있는 시. 제대로 된 무게가 있어서 땅을 디디면 흔적이 남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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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일평생 끌고 온 짐을 어깨 위에서 내려놓고 잠깐 망연자실하다. 나는 닿았나, 어느 풍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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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닿은 풍경을 나는 모른다. 다만 시인은 한숨을 쉬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반석같은 집은 허물어지고 늙은 짐승의 관절을 닮은 기둥이 스러지고 있다. 인간의 마을이 태어나고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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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적은 중세가 어느 지층의 언어인지 모르지만, 어느 시간의 풍경인지 모르지만- 적어도 발굴의 언어는 아니다. 그러기엔 시인은 성실하다. 살아간다는 노역이 그의 시와 닿아있다. 그러므로 그는 온몸의 무게를 실어 흔적을 남긴다. 마르고 푸석한 종이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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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물관에서 발견할 화석이 무엇일지는 이제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