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옥 시집 <온>

by 별이언니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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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것인가, 온순한 것인가, 그렇게 따뜻한 것인가. 온전한 것인가, 가득한 것인가, 그렇게 충만한 것인가. 오는 것인가, 가깝게 더 가깝게 다가와 겁에 질리게 하는 것인가, 이미 와버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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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계절의 중간지대엔 흔히 부서진 것들이 있다. 질척이며 녹아내리는 형상들이 - 땅으로 스며서 잠든 뿌리를 흔들어 깨우는 습기들이. 그건 잠에서 깨어 처음 넘기는 물처럼 비리고 물크덩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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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손을 집어넣어 등을 만질 수는 있어도 마음은 만질 수 없다. 그런데 마음이 저기 골목 끝에 비스듬히 서있다. 휘청거리며 가고 있다. 어깨에서 빠진 팔을 주섬주섬 끼워넣으며. 그렇게 오는 것인가,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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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구나/이게 다 마음의 일이라니' - <시집> 의 마지막 행을 가만히 쓸어본다. 거기 조용히 탄식하고 가만히 앉아 마른 눈으로 다시 바라보는 차분한 영혼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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