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후 시집 <휴가저택>

by 별이언니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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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란 시간과 해안이란 공간을 가져오니 시집에 거대한 동굴이 생겼다. 숨을 쉬자 바람이 되어 돌아오는, 먹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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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이루지 못할 때 낯선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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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저택에 투숙한지 오래된 사람들이 오늘도 해안으로 산책을 나간다. 동그란 안경을 쓴 저 젊고 말수가 적은 청년은 언제까지 여기 머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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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막 잠으로 미끄러질 때 가볍게 속삭이는 소리가 있었다. 당신은 나의 휴가저택에서 언제쯤 체크아웃할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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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병이 무엇이었나. 잠에서 깨어나 가슴에 손을 올리니 손바닥에 식은 땀이 배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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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오늘도 차를 마시고 매일 똑같은 구름이 흘러가는 창을 바라보고 잘생긴 이마를 손으로 쓴다. 문득 이 저택의 사방벽이 창백한 종이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로비를 지나가는 투숙객들이 정갈한 명조체의 활자를 연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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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나갔다 돌아오니 찻잔 옆에 메모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당신은 언제쯤 체크아웃할 생각인가요? 당신의 병은 저 바다의 어디쯤에 숨겨져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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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는 아무도 거기까지 내려가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심해에는 푸른 태양이 뜬다. 물은 자그락거리며 빛난다. 지느러미가 투명한 물고기들이 작은 거품을 만들며 헤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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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을 때는 동굴 앞에 서서 작은 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커다랗게 낮게 부드럽게 갈망하며 이름은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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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저택에는 늘 빈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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