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재현 시집 <원더우먼 윤채선>

by 별이언니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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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말미에 실린 해설에는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 중 일부분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 일들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 너무도 소중하고 애달픈 개인의 일임에도 결국 문학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 불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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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것만이 보편성을 품는다. 시가 끝끝내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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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어머니는 세상의 전부와도 같아서 시인이 되려 담담하게 털어놓는 윤채선씨의 이야기가, '엄마'라는 다정한 부름이 더 아득하기만 하다. 그 마음의 바닥에 닿아 엉덩이를 내려놓고 양손으로 온몸을 쓸어내리면 거기 엄마가 품어 빚어 기른 몸이 있다. 따뜻하고 살아있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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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한참을 울다가 이 시들을 썼을까. 이 시들을 쓰고 한참을 울었을까. 혹은 마른 눈물을 삼키며 시를 썼을까. 무어가 되었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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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만히 두손으로 온몸을 쓸어보았으리라. 숱이 줄어드는 머리칼부터 거칠어진 얼굴, 살이 늘어진 배와 허벅지, 마르고 갈라진 발바닥까지. 조심조심 만지며 다시 엄마를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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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피재현 시인의 윤채선씨에 대한 기록을 읽으며 몸을 더듬는다. 가장 개인적인 부름을 통해 가장 보편적인 감정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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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단순한 슬픔이나 애도가 아니다. 한 사람에 대한 기록이거나 성찰도 아니다. 추억더듬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이 시편들이 노년을 거창하게 읊조리지도 않는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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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누군가의 애간장이 녹아 흘러나온 것이 더듬거리며 내뱉는 말도 아닌 것들. 기억도 아닌 것들. 수 겁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도 풀 수 없는 어느 인연의 어울렁더울렁이다. 우리 모두가 묶여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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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우리도 얼굴을 쓸자. 그리고 다 지워진 얼굴로 쓸쓸하게 웃으며 윤채선씨를 만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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