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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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장 순수하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나이는 몇 살일까. 잠깐 생각에 잠겼다. 소년 소녀는 아름답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우리의 십대 시절은 정신없이 치솟는 호르몬으로 몸도 마음도 흐트러져 있다. 피지가 샘솟는 피부에 여기저기 불쑥거리며 자라는 몸은 스스로도 주체를 할 수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돌아가라면 십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대학입시는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초능력으로 해결해놓을께.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이십대도 싫어, 버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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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에 양발을 굳건히 디딘 삼각형처럼 우리는 모두 평화를 꿈꾼다. 고요 속에 스미듯 찾아오는 사랑은 아름답고 온화하다. 하지만 뭔가 그립다. 상한 통조림을 열었을 때 풍기는 역한 냄새처럼 망가지기 직전의 얼굴이. 그런 얼굴을 바라본 적이 있다. 꼭 울 것처럼 붉어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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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시를 징검돌 건너듯 읽었다. 한 편 한 편 쉽지 않아서, 하지만 꼼꼼히 읽고 싶어서 가만히 쪼그려 앉아 시를 보았다. 시 위에 가만히 놓인 내 발등도 보았다. 해가 뜨고 기울면 시의 그림자도 움직이고 내 그림자도 포개어져 흔들렸다. 바람결에 냄새를 맡은 것 같다. 이제 망가지기 시작하려는, 뜨겁고 김이 솟는 어느 감정의 냄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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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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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년이 무사히 그 시간을 건너기를- 그 소녀가 무사히 이 공간을 건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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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을 펼친다. 소중한 것을 놓아주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에게 다가가 마주 잡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