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양 시집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by 별이언니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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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김여사는 평소에도 귀엽지만 술에 취하면 더 귀여워진다. 술도 약하면서 사람들이 좋아서 매일 술을 마시고 술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어쩌다가 함께 있으면 옆에 와서 풀린 혀로 친구야, 친구야 부르면서 어깨에 기댄다. 어느 날, 나의 손톱만큼 작고 소중한 지인 중 하나가 계곡에서 백숙을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백숙도, 계곡도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저 여름날 산에서 흘러나오는 냄새가 맡고 싶어서 따라갔다. 그런 얼음같은 마음으로 내가 거기 있는 줄도 모르고 내 친구 김여사는 근사한 차림으로 나타나 손을 휘두르며 인사를 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안녕하세요, 김여사님 - 하고 인사를 했다. 그때부터 내 친구 별명은 김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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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인도 이렇게 귀여운 사람이 아닐까 잠깐 생각했다. 아니면 귀여움을 나눌 친구가 많거나. 벗이라는 단어보다는 친구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릴 것만 같은. 함께 모여앉아 손을 맞잡고 까르르 깔깔 웃다가 웃음 속으로 포르르 녹아버릴 것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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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 서늘하거나 차갑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간힘을 쓰며 어딘가로 흐르는 글들을 읽으며 몸살이 났다. 침대에 반쯤 기대서 이 달콤한 시집을 읽었다. 입이 커다란 아이가 둥글게 휘어진 사탕을 입에 물고 헤죽 웃는다. 사탕이 녹아 손바닥이 끈적해지는 것만 같은, 시들 -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천진한 감정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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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래. 천진하다. 갸웃거리며 천진하게 인사를 건네는 시들이다. 그 손을 잡으면 녹아내릴 것 같다. 보글보글 웃음소리를 남기며. 체셔고양이는 낮달처럼 호를 그리며 미소의 자리를 남기지만 이곳에선 거품으로 녹고 허밍처럼 웃음소리가 남는다. 공기에 가볍게 실려 귀를 잡아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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