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
雨中蟲
이라고 하던데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비가 내리면
마음쓰이는 일들이 많죠
날개가 젖은 나비는 어디로 가나
지금 가늘게 우는 저 새는 어디에 숨었나
어제 만난 고양이는 비를 피할 곳을 구해서
엎드려 비구경을 하고 있나
자주 걷는 사람의 옷자락이
물방울의 무게로 무겁지나 않을까
창문을 열면 보이는 달콤한 지붕들
간밤 잠들지 못한 심장을 감춘
향기로운 침실들이
읽지 못하는 언어로 쓰인 편지처럼
상상의 언저리에 와닿습니다
나는 창에 턱을 괴고 몽상하는 버릇이 있어요
그런 상상을 하다가
심장에서 자라는 벌레를 방으로 데려와
한시절 동거하는 시를 쓴 적이 있었죠
눈보라 속에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비가 내리는 날 떠났을지도 모르겠네요
누군가 올려놓은 어원은
雨中沖
이라 하고
沖을 찾아보니
따뜻하다-부드럽다-담백하다-공허하다-깊다-어리다-높이 날다-꺼리다-찌르다
라고 서로 맺히지 않는 뜻을 어지럽게 품고 있군요
이 말도 매력적이지만
나는
빗속의 벌레를
생각하려 합니다
비 바깥에 머무르며
빗속의 벌레를 생각하는 일은
슬픔과 닮았지만
비가 그치면
가벼운 신발을 신고 골목에 나가
어느 비웅덩이
돌이라도 벗삼아 가만히 앉는 일
그렇게 빗속의 벌레를
비에 젖은 모든 마음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일
따뜻하고 맑은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