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왈왈

by 별이언니

성시경 씨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며 모팬이 보낸 사연을 읽다가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연애는 개같이 하세요, 여러분"


127155217_3410562545709305_645502325894926365_n.jpg 언니, 연애를 하려면 먼저 머리라도 빗지그래


누군가를 만나는 일도 기적, 누군가에 빠지는 일도 기적이니 달려가 부대끼면서 온몸으로 사랑한다 표현하라는 말이었어요. 물론 실시간 채팅창에는 고양이 파들이 들고일어나 아닌 듯 새침하게 굴다가 모르는 척 한 번 보여주는 애교가 얼마나 애간장을 녹이는지 열변을 토하며 설명했죠.

이건 영원한 숙제인가 봐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자장면 먹을래, 짬뽕 먹을래? 강아지가 더 좋아, 아니면 고양이가 더 좋아?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 옆에서 도도하게 등을 돌리고 누워 있는 이 아름다운 개를 보면서요.

물론 나는 별의 사랑을 의심한 적은 없지만 별은 표현에 인색해요. 별이 꼬리라도 한 번 흔들어 주면 나는 눈물을 쏟을 것처럼 행복합니다.

별은 어머니가 공주처럼 안아 키웠지만 내면에는 말괄량이의 영혼이 있어요. 낙엽이 수북이 쌓인 곳을 보면 기세 좋게 달려가 저 짧은 다리를 있는 힘껏 들어 올려 콰직 - 내려놓습니다.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를 좋아해요. 그런데 마른 잎에 파묻혀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파괴활동에 열을 올리는 별을 보면 잠깐 무섭기도 합니다. 말괄량이가 아니라 파괴자의 본능이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집에 있는 물건을 부순 적은 없어요. 핀을 제외하고는요.

털이 길다 보니 빗어 넘기고 핀으로 고정해 주는데 빗질을 싫어하는 별에게 세상의 핀은 모두 없애버려야 할 적이 되었을까요. 그런 별이 내게 머리끈을 가져다줄 정도면 저 사진을 찍을 때 내 몰골이 어지간히 흉했나 봐요.


창문이 흰 계절 위에 손가락으로 당신을 쓴다
가장자리부터 얼어붙는 이름을 쓴다



<연애의 시간> 이란 시를 쓴 적이 있어요. 연애를 하는 시간이 아닌, 연애의 시간. 내게 그때 연애의 시간은 잎이 진 계절, 자욱한 눈보라였나 봐요. 녹아버릴 이름을 쓰는 일이었나 봐요. 플라타너스 잎사귀를 주워 얼굴을 가리고 울면서 길을 걷던, 아직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던 시절의 이야기.

연애는 왈왈 - 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야옹 - 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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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 앞에선 아낌없이 활짝 웃는 것. 설령 그것이 자본주의의 미소라 할지라도-

그게 연애가 아닐까요.

오늘도 흐리고 마음의 수위는 위험해요. 넘칠 듯 말 듯 찰랑찰랑 -

이럴 땐 좋아하는 것 앞에 가서 얌전히 앉아 웃어요.

그것이 애인 앞이든, 고기 앞이든, 커피 앞이든, 음악 앞이든, 영화 앞이든, 산책을 가든, 시를 읽든, 나를 무시하고 등 돌리고 누워 있는 강아지의 귀에 대고 호수에 갈까? 미끼를 투척하든.

오늘 아낌없이 왈왈 -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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