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카슈미르도 그런 식으로 인도를 자폭하게 만들 거야. 그때쯤 너희는 공기총으로 우리 모두를,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눈이 멀게 만들어버렸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눈이 성한 너희들은 너희가 우리에게 한 짓을 볼 수 있을 거야. 너희는 우리를 파괴하고 있는 게 아냐. 일으켜 세우고 있는 거지. 너희가 파괴하고 있는 건 너희들 자신이야. 쿠다 하피즈, 가슨 씨.
당신의 인도-카슈미르 전쟁은 무엇인가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도-카슈미르 전쟁 중이다. 그의 바깥에서, 그의 안쪽에서. 경계는 누구에게나 있고 경계 밖의 내가 경계 안의 나에게, 혹은 경계 안의 내가 경계 밖의 나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총을 쏘는 중. 전쟁은 고요할 수도 있고 시끄러울지도 모르지만 늘 격렬하다.
그리고 물론 실제로 인도-카슈미르 전쟁이 있다. 숲에서 기억할 수도 없이 많은 남자들에게 강간당하고 겨우 도망친 여자에게 다시 총을 쥐여주며 사명을 다하라고 하는 세상. 레지스탕스 대장을 사살했다는 '사실'을 만들기 위해 그와는 관계없는 열일곱 명 더하기 하나의 관을 만드는 현실. 종교와 당파와 카스트라는 복잡한 확인 절차를 거쳐 결국은 배덕자라고 부르짖으며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비틀린 날들. 인간의 사회가 만든 수많은 경계 속에서 온전한 내 편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죽은 자들의 집 한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 - 경계에 선 자들, 살아있으나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아니라 그의 삶이 빚어낸 별명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파라다이스. 잔나트 게스트하우스 - 지복의 성자 사르마드를 섬기는 묘지이자 혼약소이며 그러므로 죽은 자와 산 자의 성소이다. 이 예배당에선 삶과 죽음이 뒤엉켜 흘러간다. 긴 노래처럼.
아룬다티 로이의 이 빛나는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사르마드의 성도들이다. 어느 한쪽으로 선명하게 구별되지 않는 사람들 - 남자이면서 여자인 히즈라, 정보국장의 아내이면서 레지스탕스 대장을 사랑하는 여자, 한 여자를 사랑하는 세 명의 친구들, 엄마를 잃어 여러 명의 엄마를 얻은 아이, 가짜 선지자, 가짜 단식투쟁가, 가짜 신문 발행인, '반대'하고 '투쟁'하는 이들 - 때로는 서로를 반대하고 서로에게 투쟁하는 이들이 이곳, 잔나트 게스트하우스에서 피곤한 머리를 기대고 잠든다. 그들이 잠든 방 옆에서 가족이 없거나 돈이 없거나 카스트가 없거나 배신자여서 다른 곳에서는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육신이 지상의 마지막 치장을 한다. 그들의 발밑에는 오래전 죽은 이들의 뼈가 반짝이며 삭고 있다. 이 모두의 잠은 사르마드에게 바치는 기도이지만 이 모두의 낮은 음모와 살육의 소용돌이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어떠한 모욕과 폭력도 신에게 바치는 기도가 되는 그릇된 세상은 오로지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잔나트 게스트하우스는 그런 세상에서 겨우 도망쳐 나온 생존자들의 은신처다. 거기 미스 우다야 제빈 2세가 온다. 마치 성탄절 밤, 천사가 인도한 빛을 따라온 아기처럼. 하지만 이 순결한 생명은 처참한 윤간 속 잉태된, 그 짐승 같은 남자들 중 누가 아버지인지도 모르는 폭력의 소산물이다. 숲에서 홀로 아기를 낳은 여자는 증오의 눈물을 흘리며 총을 들어 갓 태어난 아기의 이마를 겨눈다. 그러나 해가 떠오르고 순결한 아기는 손을 휘저으며 울고 있다. 너무 예쁜 생명이다. 게릴라 전사인 여자는 아이를 가질 수도, 낳아서도 안된다. 그녀는 예쁜 아기를 거리에 내려놓고 떠난다. 모든 것에 반대하며 모든 것에 투쟁하는, 즐거운 불평분자 시위꾼들의 거리에.
각자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인도 - 카슈미르 전쟁을 치르던 잔나트 게스트하우스의 숙박객들에게 미스 우다야 제빈 2세는 그 지독한 분열, 처참한 폭력 속에서 아우성을 치며 온갖 곳으로 뻗어나간 영혼의 실을 제 몸에 휘감아 서로를 이어주는 여신처럼 아름답다. 히즈라인 안숨, 아이를 잃어버린 틸로, 모두에게 엄마라는 모성성을 부여하는 미스 우다야 제빈 2세는 실로 지복의 성자 사르마드가 보낸 현신이 아닐까. 흘린 피는 무겁고 짙다. 지은 죄는 가볍게 용서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없다. '희생자들은 너를 기억하고 있다'라는 카밍 시그널만으로 인도 최고의 고문 경찰은 공포에 떨며 자살을 했으니. 경계를 밟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 경계 저편을 무서워하는 사람에게는 이 춤이 보이지 않는다. 경계를 발뒤꿈치로 뭉개며 현란하게 엉덩이를 흔드는, 이윽고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생존자들이 신에게 올리는 제의의 춤이.
아룬다티 로이가 그려낸 이 이야기는 피와 살이 튀는 르포르타주이면서 동시에 환상이 이뤄지는 토끼굴 너머의 동화세계다. 차별과 분노와 폭력으로 얼룩진 밤을 걷다가 문득 저 멀리 묘지에서 흔들거리는 불빛을 발견한다면, 마치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에 세워진 듯 기묘한 이 집의 문을 두드려라. 아름다운 히즈라가 문을 열어주고 친절하지 못한 인사를 건넬 테다. 모든 것에 반대하지만 모두를 받아들이는, 이 지복의 성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면 축하한다. 당신의 인도-카슈미르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겠지만 적어도 유혈 낭자한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막아줄, 현명하고 재미있는 벗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니. 살아도 좋다고, 아니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손을 잡아줄 동지를 만날 수 있을 테니. 우다야, 텔구루어로 해돋이를 이름으로 가진 어여쁜 아기 성자가 전쟁의 들판 너머 멀리 희미하게 번지는 새벽빛을 데려온다.
아마도 그것을 희망이라 불러도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