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첼란

by 별이언니
우리 지극히 깊어진 자, 고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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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자신의 시간 중 가장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쓰고 또 쓰는 건지도 모른다.


전쟁이 끝나고 시인은 살아남았다. 과연 그는 생존자인가.


살아있음의 감각은 단순히 육체의 기능이 온전한 것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인가.


첼란은 영혼의 일부를 가스실에 두고 왔다. 그의 부모와 친지와 벗들과 민족이 숨을 놓은 곳에.


얼어붙은 무덤에 몸을 반쯤 묻고 바라보는 세상은 어떠한가.


그의 시에는 유독 눈眼 과 눈雪 에 대한 중얼거림이 많다. 그의 눈은 얼어붙은 세계를 향한다. 눈이 시리고 아플지라도,


그는 눈을 감을 수 없다. 그는 이 중얼거림을 멈출 수 없다.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모험을 시인의 당연한 덕목으로 여기는 시간을 살지만


결국 시는 죽는 날까지 얻을 수 없는 답을 갈구하며 같은 질문을 허공에 외치는 일인지도 모른다.


푸른 시집을 덮으면 피비린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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