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more"
까마귀는 단지 그렇게 말할 뿐. 인사에도 고백에도 절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바라보며 "Nevermore" - 이젠 끝이라고 고할 뿐.
까마귀의 눈을 들여다본 적이 있나요? 그건 유리알보다 더 얇고 무정해서 겁에 질린 내 표정마저 반사하지 못한답니다. 그건 어떤 밤도 깃들지 못해서 단지 한 장의 편지랍니다. 뒤집어봐도 어떤 추신도 없는 "Nevermore"의 메세지.
폭풍이 치는 계절이 지나가고 허공에 어떤 움직임도 그려지지 않는, 밤이 계속 길어지는 계절에는 오래 앓던 사람들이 죽어가지요. 주말마다 곱은 손을 불며 사람들은 장례미사에 참석하지요. 아름다운 여자는 더욱 빨리 죽어요. 아름다운 여자의 심장에는 태어날 때부터 신이 뚫어놓은 구멍이 있어서 생의 빛나는 순간이 두근거리며 도망치니까요, 남들보다 빨리, 남들보다 아프게. 사람들은 무덤에 빙 둘러서 있어요. 까마귀는 언제나 무덤 위 나뭇가지에 앉아 있지요. 사실 까마귀는 신실하거든요. 오래된 교회에는 언제나 까마귀들이 있지요. 미사 시간에는 날개를 펼치지도 않아요.
까마귀는 죽어가는 자들의 베갯머리에 앉아 그들의 마지막 소원을 물고 천국의 창문턱에 올려놓는답니다.
태어나는 순간, 인간은 앞으로 펼쳐질 생애가 순탄하기를 간절히 소원하며 울어요. 그리고 죽어가는 인간은 메마르고 건조한 생이 드디어 끝났음을 감사하며 기도를 올린답니다.
그러니 까마귀의 축복은 더없이 기름진 향유와 같아요. "Nevermore" 어느 깊은 겨울밤, 누군가를 땅에 묻고 돌아와 흙이 묻은 구두를 털다가 문득 울음을 터뜨릴 때, 누군가 부리로 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커다랗고 새카만 까마귀가 내 방에 들기를 청하는 소리- 가 들린다면 기쁘게 웃으며 맞아들이겠어요. 언제나 죽음에 가까웠지만 언제나 죽음이 한발짝 앞에 머무르기를 바랐던 어느 천재 시인의 영민한 절규와는 다르게. 기쁘게 어리석게, 어리석게 기쁘게, 그림자를 초대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