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반, 모리스의 얼굴은 천진난만하고 환희에 빛난다. 사랑을 갓 발견한 소년의 얼굴. 숲에 보물을 숨겨둔 아이처럼 의기양양하고 안절부절하는 표정.
영화가 중반을 지날수록 모리스의 얼굴은 버려진 집의 채광좋은 방에 자라는 식물의 잎처럼 모호하다. 부연 먼지가 더께를 이뤄 원래 가지고 있는 무늬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속에 짙은 녹빛이 있다는 것. 밤이 깊어졌을 때 잠든 육체에서 지독하게 풍기는 체취를 닮은 진하고 역한 녹빛이다. 그 못엔 비가 오래 내리지 않았다. 물이 마른 못이 풍기는 냄새는 이미 바닥에 고여 있던 본연의 무엇이다. 가혹할 정도로 제동을 거는 클라이브의 행위가 모리스의 영혼을 메마르게 하지만 결국 그가 자신의 민낯을,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태어난 영혼의 무늬를 발견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긴 비가 내리는 계절도 매력적이지만 지상의 모든 것이 뼈만 남을 정도로 타들어가는 가뭄은 우리에게 '한 번 죽는 일'을 선물한다. 한 번 죽었다 다시 눈을 뜬 영혼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클라이브에게 이별을 고하고 정원의 어둠 속으로, 푸른 빛이 일렁이는 보트하우스로 달려가는 모리스의 얼굴은 단단하고 메마르다. 바닥을 본 자의 눈이 거기 있다. 진정한 자유로움이. 그 뒤를 쫓는 클라이브의 미소는 세련되고 지적이었지만 나에게는 흐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클라이브는 경련하며 쓰러졌지만 완전한 죽음이 두려워 끝없는 병을 선택했다. 탄력있고 정직한 모리스의 몸이 완전한 기쁨으로 물들어 알렉과 부둥켜안을 때 그는 아내의 몸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대 끝자락에 누워 탁하고 불안한 잠을 청한다. 클라이브의 계절엔 그치지 않는 비가 내려 모든 것이 웃자라다가 썩어들겠지. 모리스의 계절은 오랜 가뭄 끝에 어린아이의 혓바닥처럼 달콤한 빗방울이 쏟아지고 숨어있던 모든 꽃과 나무들이 촉촉한 흙을 들추고 자라날게다. 나비가 날고 새가 우는, 위험하지만 진정한 감정들이 총천연색으로 물드는.
그러므로 완전한 해피엔딩으로 만들어야만 할 것 같았다는 원작자 E.M. POSTER의 말은 그야말로 완전하다. 이런 사랑이야기는 해피엔딩이 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갈구하지만 사랑에 다다르기 전 두려움 때문에 어둠 속에 멈추고 만다. 진정한 사랑, 'the ONE' 을 얻기 위해선 우린 반드시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본연의 얼굴 앞에 돌이 되어 죽었다가 되살아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완전한 죽음과 부활을 감당할 수 있는가. 당신은 나는, 그렇게 인생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
모리스의 빛나는 얼굴, 잘 단련된 황금이 떨어지는 듯한 왕의 술잔과도 같은 그 마지막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