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심 <나비는, 날개로 잠을 잤다>

by 별이언니


"햇볕에 내놓은 열일곱 해의 마음이 반그늘에 멈췄습니다. 수분이 끝난 날개를 만지면 창호지 밖의 수은등마저 은유였습니다. 수련의 수위가 그리웠습니다."

<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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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는 국경을 지나 까마득한 시간을 건너 눈보라 치는 허공 위 별이 빛나고 그 아래 황무지가 끝없는 곳으로 간다. 그곳엔 목질의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산다. 사철 부는 눈보라 때문에 보이지 않는 별을 보느라 눈이 먼 사람들이 밤이면 잦아드는 불가에 둘러앉아 손톱을 뜯으며 중얼거린다.


어쩌면 시인은 그 비밀의 마을에 우연히 찾아들었는지도 모른다. 참을성 있게 그들 곁에 앉아 받아 적은 비기가 여기 있다. 울창한 언어의 숲으로 가는 길에 대한 전설이다. 그건 우리가 유년 시절에 잠깐 길을 잃고 헤매던 곳 - 희미하게 드는 빛을 따라가면 투명한 꽃들이 발목을 휘감고 사람의 혀로 노래하는 새들이 나는 숲. 거기서 허기를 참지 못하고 부러진 언어의 버섯을 먹는 자는 말의 일부를 잃고 시인이 된다. 시인은 잃은 말을 찾아 평생을 헤매지만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들었는데,


"점점 투명해지다 암전이 된" 시인은 어쩌면 단서를 잡았는지도 모른다. 발가락이 뿌리가 되고 피부가 나무껍질이 되기 전에 떠나야 해서 결정적인 말은 받아 적지 못했지만.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그곳에 다다를 수 없지만.


한때 숲의 주민이었으나 추방된 자들의 기도가 빼곡하다. 희미한 기억이 피워올리는 숲의 내음이 풍기는 듯도 하다. 우리는 이 암호를 해독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숲에 돌아가면 내가 잃어버린 단 한 마디가 있다. 그러나 숲의 입구 근처에 다다르면 아마도 우리는 일부러 길을 잃고 말겠지. 평생의 허기가 사라지면 다음엔 무엇으로 살아간단 말인가.


이건 아마도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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