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이도 준, 일곱개의 회의

by 별이언니

"모든 것이 벗겨진 뒤에는 진실의 조각만이 남는다. 그것이 핫카쿠가 월급쟁이 인생을 통해 손에 넣은 경험적인 원칙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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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린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이렇게 살게 될 것이라고 짐작조차 할 수 있었을까.


모두가 나름의 신념이 있었다. 철저한 악인은 있었나?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래 숫자에 쫓기는 삶을 살면서 그들은 어느새 우선순위가 바뀌어버렸다. 그들이 아이였던 시절, 분명 가슴에 품고 자랐을 사랑, 진실, 용기 ···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성공, 명예, 자아실현 같은 것들. 개인의 욕망이지만 분명 깨끗했던 것들이.


모두가 아직도 그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 그들은 이미 자기 삶의 주도권을 놓쳤다. 숫자에 휘둘리는 삶을 선택했을 때부터.


눈에 보이는 아주 작은 득실이 세계의 전부가 된 순간부터 그들에게 파멸은 예고되어 있었다고 믿는 나는 아직도 순진한 것일까.


그러나 삶의 우선순위를 여전히 진실에 두고 사는 사람 - 잠귀신 핫카쿠와 같은 이들도 여전히 있다. 비록 남들의 눈에는 출세사다리에서 미끄러져 만년 계장으로 한심하게 살고 있다고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모든 숫자 엘리트들이 모르는 척 손에서 놓아버린 진실을 그는 여전히 쥐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그가 조직에서의 성공을 포기하게 만든 비리서부터 이 모든 것들을.


어쩌면 그는 개과천선같은 기적을 꿈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껍질이 하나 벗겨지면 변명의 누더기로 치부를 가리기에 급급한 자들만이 남아 있었다. 그가 떨어뜨린 메가톤급 폭탄으로도 회사라는 생물은 갱생하지 못할 것이다. 회사라는 생물은 여전히 숫자에 목을 맬테고 자립을 포기하고 기생을 선택한 소위 출세가도의 사내정치꾼들은 매순간 수를 불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돈벌이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처럼 단 하나의 진실을 위해 무엇이든 감행할 용기를 품은 이들도 있다. 아직도 손님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장사를 망한다는 소신을 가진 이들도 있다. 흙탕물 같은 시간을 살면서 한 점의 맑은 마음에 닿기까지는 비록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테지만.


아직도 세상 어딘가에선 사람의 생명보다 숫자 하나를 늘리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있다. 이 비리를 그대로 덮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안 그러면 회사가 망하고 이 많은 사원들이 모두 길거리에 나앉게 돼. 경악스럽게도 그들은 이렇게 답한다.


이 이야기 속 그들이 저지른 비리는 불량 나사로 만든 의자를 납품한 것. 거래처는 다양했다. 그 중에는 고속열차와 비행기도 있었다. 이 이야기 밖 또다른 그들은 더 끔찍한 일들도 서슴없이 저지르겠지. 사람을 위하는 척 하면서 사람을 죽이는 일을 자행하겠지.


비리를 조작한 자는 비리를 수행한 자의 마음을 죽였고 비리를 수행한 자는 그 비리의 여파로 위험에 내몰린 수많은 타인들의 삶을 위협했고 비리를 은폐하라고 지시한 자는 비리를 은폐한 자의 평생을 망쳤다. 인간이라면 누구도 살아있는 마음을 품고 그런 일을 오래 할 수 없다.


냉혹한 자본의 세계에 살면서 우리가 끝까지 생각하고 움직여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정말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이 작가는 묵직하게 되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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