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어머니. 엄마, 저 글 쓰게 해 주세요. 앙앙앙앙. 아드님 예수께 인호가 글 좀 쓰게 해 달라고 일러 주세요. 엄마, 오마니! 때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드님은 오마니의 부탁을 거절하지는 못하실 것입니다. 앵앵앵앵. 오마니, 저를 포도주로 만들게 해 주세요."
죽음 앞에서 눈물 자국을 애기 발자국으로 보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작가가 원한 것은 단 하나였다. 글을 쓰게 해 달라는 것. 고통을 덜어달라거나 죽음을 미뤄달라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게 해 달라는 것. 평생을 작가로 살아온 선생은 죽음 앞에서도 작가일 수밖에 없었다. 신에게 올리는 간절한 기도도 작가로 죽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거였다.
몸을 갉아먹는 병과 싸우면서 마지막까지 그렇게나 청신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니. 죽음 무렵 선생이 남긴 글들은 맑고 간절하고 열렬하다. 어디에도 쇠락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꺼져가는 불꽃에 무심히 손을 대다가 크게 다치는 것처럼 선생의 영혼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렇게 많은 글을 쓰고도 여전히 써야 할 글들이 미련이 되고 목마름이 되다니. 예술가의 천형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가볍다. 이것은 인간의 위대한 의지다. 자신의 인생을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분명히 알고 가는 사람은 '조용한 휴식에 묻힐지언정 결코 잠을 자지 않'는다.
종교가 없는 나에게도 선생의 기도는 너무도 간절해서 새벽녘 뼈가 젖는 기분이었다. 목이 마르고 속이 답답했다. 언젠가 나도 죽음 앞에 서겠지. 나는 어떻게 부르짖을까.
책꽂이 앞에 주저앉아 유고 시집들을 찾는다. 병으로 오래 앓으면서 스스로 마지막 시집을 꾸린 사람도 있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벗들이 울며 만들어준 시집도 있다. 그 어느 것 하나 뜨겁지 않은 것이 없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아도 글을 쓰는 일만은 마지막까지 내려놓을 수 없겠지. 숨이 사라지는 순간 머무는 언어는 어떤 색깔, 어떤 무늬, 어떤 향기일까. 두렵고 슬퍼서 몸을 떤다.
사랑하는 일이 이다지도 슬프게 느껴지다니. 그러나 아마 마지막 순간, 선생은 웃으며 떠나셨으리라. 최선을 다해 열렬히 사랑했고 영혼의 모든 것을 거기 휘날렸으니 남기고 가신 모든 작품이 다정하게 빛난다. 어느 외롭고 추운 사람을 가만히 어루만지는 글들.
그러면 되었지 않을까. 우리에게 작품이 남는다면, 우리가 작품을 남긴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