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나무를 향해 질주하는 동안 매티는 두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녀의 피가 그의 혈관 속을 흐르는 것 같았다. 썰매가 한두 번 두 사람 밑에서 살짝 벗어났다. 이선은 몸을 비스듬히 숙여 썰매를 계속 느릅나무 쪽으로 향하게 하면서 "우린 할 수 있어." 하고 거듭 중얼거렸다. 그녀가 한 몇 마디 말들이 그의 머리에서 흘러나와 눈앞의 허공에서 춤을 추었다. 큰 나무가 점점 크게 그리고 가까이 다가왔다. 두 사람이 나무를 향해 돌진하는 순간 그는 생각했다. "저 나무가 우릴 기다리고 있어. 저 나무도 아는 것 같군." 그때 갑자기 뒤틀리고 흉물스러운 생김새를 한 아내의 얼굴이 그와 그 목표물 사이에 나타나 그는 본능적으로 썰매를 옆으로 틀었다. 썰매가 빗나갔지만 다시 한번 방향을 바로잡고는 튀어나온 그 검은 덩어리를 향해 돌진했다. 마지막 순간 대기가 수백만 겹의 불타는 전선처럼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고 나서 느릅나무······"
아마도 올가을의 마지막 볕이 쏟아지는 호숫가에 앉아 눈비탈을 위태롭게 미끄러지는 그들의 절망을 읽었다. 바람이 이마를 쓸어 고개를 들면 억새가 눈부시게 반짝였다. 삭은 잎사귀들이 우스스 쏟아져내렸다. 호수 가운데 있는 모래섬에는 물새 두 마리가 나란히 서 있었다. 물을 바라보는 듯 물에 비친 그림자를 바라보는 듯. 물새는 검고 모래는 희고 물풀 끝에 걸린 햇빛은 눈부시게 떨어졌다. 사랑에 취해 자살한다면 저렇게 빛나기라도 하지, 탄식이 흘러나왔다. 느릅나무를 향해 썰매를 몰던 이선과 그의 등에 매달린 매티, 그들은 어리석었을까. 그들은 순수했을까. 이디스 워튼의 아름다운 문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그들의 나약함을 읽으며 안타깝지는 않았다. 그들은 죽지 못할 것이다. 회고의 형식을 띈 작품이니 이선이 살아있음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매티도 살아남았음을 알았다.
가난한 살림, 병들고 괴팍한 아내 - 이선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는 만만치 않다. 그에겐 꿈이 있었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리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한겨울이면 완전히 고립되는 시골의 지루한 일상 속에서 그가 펼칠 꿈은 없다. 어리고 상냥하고 따뜻한 매티가 있다. 새처럼 지저귀는, 힘들게 일하고 집에 돌아온 이선을 위해 찬장 깊은 곳에서 귀한 접시를 꺼내 초라하지만 정성스럽게 저녁을 차리는, 이선 아저씨- 하고 웃다가 얼굴을 붉히는. 이선의 마음이 매티에게 향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최소한의 도덕심으로 억누르고 있을 뿐, 그의 갈망은 망상을 불러일으키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나도 매티처럼 그의 마음을 끌었던 적이 있었다. 아픈 어머니 곁을 헌신적으로 지키며 마르고 추운 부엌에 불을 피워주던 여자. 이선은 그런 지나에게 끌렸고 그들은 함께 했다. 지금은 매일 불평을 쏟아놓는, 병약한 아내이지만.
이선은 늘 꿈을 꾼다. 꿈을 향한 목마름은 커서 꿈과 다른 그의 현실은 참을 수 없이 짜증스럽다. 하지만 그는 적극적으로 꿈을 좇지도 않는다. 매티와 야반도주를 하기 위해 아내에게 이별의 편지를 쓰지만 아내에게 줄 위자료와 매티와 서쪽으로 갈 여비가 없다는 이유로 포기한다. 입술이 마르고 꿈이 산란할 만큼 그녀를 원하지만 돈을 변통해 볼 생각도, 아니 그냥 저질러볼 용기도 내지 않는다. 그가 하는 유일한 일은 지나를 미워하는 일이다. 그것도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출하지도 못하고, 그저 차갑게 억누르며.
함께 죽어요-라는 극적인 말도 어린 매티에게서 나왔다. 매티의 말이 등을 떠밀자 비로소 썰매를 느릅나무에게로 향한다. 그러나 과연 그의 운전은 욕망이 이끄는 방향으로 제대로 향했을까? 죽음으로 정확하게 뛰어들었을까? 어쨌든 그와 그녀는 살아남았다. 이선은 여전히 스탁필드의 겨울에 갇혀 있다.
그러나 가여운 이선 프롬, 그의 찌그러진 어깨를 보고 모두가 말을 아끼며 고개를 숙이는 것은 그가 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장 나약하고 비극적인 모습이 극적으로 터져 나온 형태이기 때문이다. 누가 그를 연민하지 않을 수 있으랴. 또 누가 그를 한탄하지 않을 수 있으랴. 우리는 아무도 느릅나무의 품으로 뛰어들지 못한다. 다만, 그가 그의 욕심으로 찬란하고 어린 새를 뭉개지만 않았더라면. 매티의 삶은 어둡고 불안했을지도 모르지만, 난롯가의 두 여인으로 남는 것보다는 나았을 텐데. 나무에 충돌한 이후 그저 '부드러운 작은 동물'이 되어버린 가여운 아가씨. 그녀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