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야 시집, 굴 소년들

by 별이언니


"나는 완벽하게 이 세계의 기후와 슬픔에 적응했어요"

<툰드라 육식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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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완벽을 말한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겠죠.


그의 슬픔에서 풍기는 군내를 맡으며 불완전한 세계를 생각할 거예요.


완벽한 적응을 장담하는 그의 눈이 금이 간 하늘처럼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며


그의 슬픔을 염려하겠죠.


가장 완벽에 가까운 것은 아마도 그의 슬픔일 테니까요.


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식량도 물도 아니고 천막이라고,


아이가 아이를 낳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로부터 숨을 가림막이 필요하다고,


서명지를 손에 든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건네는 세상을 건너가는 사람이니까요.


그걸 시로 쓰는 사람이니까요.


불타버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른 흙 속에 표정을 감춰도


차마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니까요.


세상의 모든 슬픔에 적응하느라


눈이 붉은 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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