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하늘 한장 떼다가
감으로 눌러놓고
거울 닦듯이 들여다보자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은박 입힌 흐린 하늘
동전으로 살살 긁으면
드러난다 푸른 하늘
어떤 다정한 사람은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도 이미 가까워서 볕 좋은 날 방바닥에 엎드려 등을 어루만지는 햇볕에 눈물 가득 고여 노곤해지는 기분을 닮았다. 자벌레가 기어가는 딱 한 뼘의 매일을 서릿길 셔벗셔벗 걷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이는 그러하다.
주먹을 꼭 쥐면 일 년 열두 달을 헤아릴 수 있는 일. 우리네 사는 시간은 이렇듯 가까워 이십사 절기의 풍경이 곁에 머문다. 입동에서 상강까지 건너가노라면 할머니의 주름에, 어머니의 손등에, 반려하는 늙은 고양이 이응과 배호의 말랑한 젤리 발바닥에 깃든다. 방안의 훈기가 유리창에 어리듯.
꽃지는 그늘을 걸어간다, 발아래 살얼음을 딛고 입김을 날리며 걷는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하룻밤 사이 쪼글쪼글해지는 첫사랑처럼, 사랑이 너무 많아서 지는 것 같아도
세상과 다정하게 눈을 맞추는 이 사람의 산책에 사뿐, 함께 하자. 다정한 사람과 다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