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

by 별이언니

“발톱을 칠하면서 그녀는 기운을 얻는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 점을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어떻게 발톱 색깔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진짜 강장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그들이 자동차에서 사는 동안 한 번은 스탠이 그녀에게 몹시 화를 냈다. 그녀가 '픽셀 더스트'에서 번 팁의 일부를 사랑스러운 은빛이 도는 산호색의 작은 매니큐어 한 병에 써버렸기 - 그는 '쓴다'고 하지 않고 '빌어먹게도 날려먹었다'고 말했다 -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 문제로 말다툼을 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그건 그녀의 돈이고 그녀가 직접 벌었으며 매니큐어에 돈이 많이 든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고, 그러자 그는 자신에게 직장이 없다고 성질을 부렸다며 그녀를 비난했고, 그런 다음 그녀가 자신은 성질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며, 그저 발가락이 그에게 멋져 보이기를 원했을 뿐이라고 말하자, 그는 자신은 그녀의 빌어먹을 발가락 색깔에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고, 그런 다음 그녀가 울음을 터트렸기 때문이었다.”


조슬린은 말한다. 전 세계가 당신 앞에 있으니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고. 결국 샤메인에게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이 처절하고 소름 끼치면서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는 샤메인의 반문으로 끝난다.​


무슨 의미예요?​


인간에게, 시스템에 종속되어 있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과연 자유의지란 있을까. 반대로 뒤집어 완전한 동의와 침묵으로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인간이란 과연 존재할까. 모든 것을 잃고 좁은 자동차 안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을 때의 스탠과 샤메인에겐 컨실리언스-포지트론은 안전과 풍요로 향하는 천국의 문이었다. 매일의 할 일이 있다. 더 이상 먹고 자는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성취도 없지만 실패도 없다. 룰만 잘 지킨다면. ​


그렇다. 규칙만 잘 지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안전(해 보이는) 시스템. 그러나 왜인지 샤메인은 늘 주사기에 약물을 넣고 경련하는 사람의 이마에 입을 맞춘 후 그가 마지막으로 보는 세상의 풍경이 자신의 평온한 미소이기를 바라며 기꺼이 죽음의 천사가 된다. 그녀는 죽음의 천사인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 시스템에 위험이 되는 사람들을 최소한 평화롭게 떠나보내는 역할에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은,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허울 좋은 변명이다. 누군가의 생사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그림자에 숨어 있는 그녀의 은밀한 기쁨을 자극한다. 누군가를 통제하는 기쁨은 역전되어 쾌락에 갇히길 원해서 맥스에게 몸을 던지고 유혹의 쪽지를 남긴다. ​


재스민을 열망하는 스탠은 어떤가. 그는 냉장고 밑에서 쪽지를 발견한 이후 내내 재스민을 갈망한다. 상상 속의 그녀를 불러내 어루만질 수도 있을 정도로. 정숙하고 차가운 아내 샤메인을 사랑한다고 믿으면서도 재스민을 향해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그녀를 뒤쫓고 그녀를 낚아챌 계획을 꾸민다. ​


필이었던 맥스, 샤메인이었던 재스민, 맥스였던 스탠, 재스민이었던 조슬린은 남의 얼굴을 뒤집어쓰고 자아가 무너진 오로라이며 파서빌리보츠의 엘비스이며 마릴린이다. 생체 데이터로 완전하게 통제되는 사회에서 그들은 쉴 새 없이 정체성을 갈아치운다. 샤메인이 어두운 마음으로 '나쁜 샤메인'이라고 부르는 무엇, 우리의 50가지 그림자. 우리는 완전한 '나'를 과연 실감할 수 있을까. 샤메인은 뇌 수술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정황을 착각하자마자 수술을 받은 것처럼 맹목적으로 다시 스탠을 사랑한다. 그 사랑은 새로 태어난 것 같다. 온몸의 호르몬이 끝없이 스탠을 부른다. 레이저가 적당히 도려냈다고 믿지만 태어난 그대로 깨끗한 샤메인의 뇌는 손쉽게 세뇌당한다. 포지트론은 무너졌고 그들은 어떤 구속도 받고 있지 않는데도 샤메인은 시스템 밖으로 단 한 걸음도 나오지 않는다.​


무슨 의미예요?​


지문이 없음에도 나는 샤메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당혹스러움, 공포, 저항. ​


우리는 끝없이 반역할 준비가 되어 있으나 자유민이 될 수 없는 자들이다. 컨실리언스-포지트론. 역할 놀이를 하는 쌍둥이 도시가 과연 작가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시스템의 주민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은밀하게 가면을 바꾸고 조그마한 울타리를 부수고 달밤에 포효하며 자유라는 환상을 누린다고 믿는다. 과연 우리는 자유로운가. 지금 거울에 비치는 저자가 완전한 '나'라고 할 수 있나. 우리는 저 매끄러운 세계의 벽을 기어올라 진정한 광야로 나설 수 있을까. ​


체제는 전복되지 않고 다만 이름이 바뀔 뿐이다.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 어디를 향하나. 샤메인의 반문이야말로 진정한 디스토피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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