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진짜로 하고 있는 말은 헨리와 앤이 성장하는 것, 헨리와 앤이 가까이에서 비극을 보게 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자기 스스로가 진정으로 성장한 적이 없다고, 가까이에서 비극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평생 어린아이로 지낼 수 있는 거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우주의 왕과 여왕> 중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유머도 분명 그중 하나다. 유머가 없다면 우리는 모두 무엇 때문에 죽는지도 모르고 앉아서 말라붙을 것이다.
손에 든 뜨거운 석탄을 들고 허둥지둥 내달리는 것이 인생이라면 명민한 작가의 눈에는 숲에 엎드린 눈들이 보인다. 어둠에 숨은 눈, 차갑지만 형형한 눈, 비틀거리는 발자국에 조심스럽게 코를 대고 이내 춤을 추는 일. 인생은 불에 달군 구두를 신고 추는 한바탕의 춤이다. 관람객 중에는 비극에 몸이 얼어붙는 이도 있지만 요절복통을 하는 자도 있고 어두운 눈으로 막 문밖에 도착한 다음 챕터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비틀린 웃음을 입술에 바르고 매끄러운 종이 위를 내달리기만 했다면 그는 위대한 작가가 아닐 것이다. 온갖 인간의 군상들이 저마다의 요란한 밤을 보내는 중에도 작가는 인간의 선량한 면을 놓치지 않는다. 비록 그 선량함이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할 무엇이라도, 그는 인간의 선함을 여전히 지지한다.
인생은 여러 겹의 지층과도 같아서 발굴할수록 핀셋 끝에 딸려 나오는 진실은 모두 다르다. 진실은 언제나 하나,라고 외치는 캐릭터도 있지만 모두 알다시피 진실은 가면을 쓴 신사 숙녀 여러분이다. 무대의 막이 오른다. 공포에 물려 죽는 자, 광인의 도시에서 살아남는 사기꾼, 단 하나의 비밀을 우아하게 폭로하고자 대륙을 횡단하는 자, 한 인간의 습관이 되는 일의 무시무시함, 무덤 속에서 고래고래 비틀린 비밀을 폭로하는 은빛 상자, 수영장과 수영복과 세계 최고의 비서가 있는 에덴, 집게턱이 없는 개미들의 몰락사가 펼쳐진다. 마음이 따듯한 작가의 세상에는 소박한 사기꾼은 있어도 진정한 악인은 늘 패배한다. '매끈하고 고급스러운 허풍'을 쓰레기통이 넘치도록 퇴고하고 또 고쳐 쓰며 그가 꿈꿨던 인간은, 세상은, 언제나 나아간다. 폭풍 속으로. 그가 맞닥뜨릴 새벽이 잔잔하고 고요한 너머는 아닐 것이다. 모두가 구슬땀을 흘리며 신나게 발바닥을 비빌 클럽하우스가 더 어울린다.
이제 맥주를 한 병 따고 팔꿈치를 걸치고 커트 보니것의 요란한 밤으로 들어가자. 자, 카메라를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