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 기침이 나지 않는 저녁

by 별이언니

눈 내리는 새가 있어

그건 안으로만 쌓인

계절을 날지


<눈 내리는 새> 중






하늘에서 녹아 사라지는 눈을 사랑한 적이 있다. 길에 쌓이는 눈을 보면 마음이 착잡해서. 저렇게나 태연하게 무언가를 덮는다는 것은 얼마나 속이 아픈 일일까, 방금 자신을 밟고 지나간 발자국마저 감쪽같이 지워버리는 눈송이들의 집착이 무서워서 차마 걸음을 옮기지 못한 적이 있다.

시란 결국 시인이 살아내는 시간의 총체 같은 것이라 아무리 덮고 지우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어도 까맣게 드러난다. 하얗게 드러난다. 그러니 사랑할 수밖에. 아무것도 가리지 못하고 허공에서 사라져버리는 눈송이들을. 소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그런 것에 눈을 뺏기며 한없이 가라앉는 육체여. 단단한 것을 자르는 둥근 것을 생각하는 마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