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임 Sep 17. 2023

강변의 무코리타

행복하지?

행복하잖아

사소한 행복들을 자잘하게 찾아나가다 보면

어떻게든 버텨나갈 수 있어



비가 오면 물이 넘치는 강가엔 무코리타 하이츠가 있다. 곧 연보랏빛 꽃이 필 거라는 할머니의 유령이 사는 연립이다.

무코리타 하이츠에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하긴 이 세상에 사연이 없는 사람도 있겠냐마는. 유령이 되어서도 사연을 벗지 못하고 살던 집의 화단을 가꾸는 할머니도 계시는데 말이다. 시골마을의 월세가 싼 연립에 모여사는 사람들의 사연에는 상실이 있다. 함께 묘석을 판매하러 다니는 미조구치 부자,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미나미, 온수기가 고장 나 목욕도 하지 못하고 쌀도 구하지 못하지만 텃밭에서 거둔 채소와 젓가락 한 쌍으로 미니멀리스트의 사상을 구가하는 시마다, 그리고 막 교도소에서 출소하여 이곳에 내려온 야마다. 퍼즐의 조각처럼 저마다 결락된 부분이 숭숭 뚫려 있지만 퍼즐이 그러하듯 그들은 서로의 상실을 끼워 맞추며 보듬는다. 툴툴거려도 함께 밥을 먹고 돌로 빻은 유골을 뿌리며 함께 행진한다. 한 그릇의 밥과 최고급 젓갈, 텃밭에서 딴 싱싱한 채소로 만든 절임 반찬에 따뜻한 물이 가득 담긴 욕조가 있다면, 그렇게 머리 대신 손을 쓰며 보내는 매일이 쌓인다면, 그들이 잃어버린 생활이 조금씩 차오르지 않을까. 상처가 아물고 살이 오르듯. 실금처럼 흉은 남을지라도. 그것이 기억이 될 테니.


그럼, 그렇고말고,라고 등을 토닥이듯 빛나는 뼛가루는 무코리타에 내려앉는다. 햇빛처럼, 목욕 후 마시는 우유나 몸에 바르는 파우더처럼. 꽃에, 밥그릇에, 텃밭에, 머리카락에, 너머와 통화하는 전화기에, 노래에, 길고 긴 애도에. 잃어버린 것들을 잊거나 치우려고 하지 않고 함께 머무르면 두려울 것 없는 죽음도 무코리타의 주민이다. 사소한 행복을 찾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쓸쓸하지만 견딜만하고 때로는 웃을 수 있다. 삶이란 생활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거창할 것 없이, 그저 손가락 한 마디의 온기로 살아지는 것. 그것이 인간의 마음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기욤 뮈소,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