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_창문

by 별이언니

막상 들어가 보라면 한 발짝도 제대로 못 디딜 거면서 밖에서 보고는 좋아합니다. 참 예쁘지 않나요.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겨울 오후, 얼룩진 벽 위로 뻗은 나무 가지들과

벽에 걸린 조그만 그림. 저 그림엔 왠지 이 집의 풍경이 담겨 있을 것만 같고, 창틀과 창문 유리가 온전하고 방마다 불빛과 온기가 흘러넘치는 어느 시절이 박제되어 있을 것 같고

사방이 무너져 내려도 그림만은 깨끗하고 온전할 것만 같고

그림에서 뻗어 나온 뿌리가 바닥과 벽으로 퍼져 집은 흉흉하고 아름다운 것만 같고

길 잃은 고양이며 강아지는 무사히 드나들어도 달이 환한 밤이면 마음이 어두운 사람을 꾀어 몇이나 잡아먹을 것만 같고

그렇게 집은 생생불식 숨을 쉴 것 같고 집의 뼈가 자라고 관절이 움직여 조금씩 사람의 마을 쪽으로 자리를 옮길 것만 같고

집이 평온하게 죽지 못하도록, 귀신이 되도록 붙잡고 있는 것은 그림, 호시절의 기억이라고 생각하니

쓸쓸해졌습니다. 사람이 떠나고 정원의 꽃이 모두 시들어도 집은 거기 그대로 있으니까요. 집에 담긴 기억들이 썩은 마루 위를 뛰놀고 오후의 잔볕에 기대 꾸벅꾸벅 졸 테니까요. 깨져버린 유리를 두들기는 웃음소리, 훈훈한 음식 냄새, 살과 옷이 부딪치는 소리, 사람의 체온이 둥글게 고인 자리를 고스란히 담고

집은 낡지도 못하고 망가지고 있으니까요. 낡음도 늙음도 생명의 온기가 깃들어야 하는 것이기에.

오늘은 아름다운 귀신을 만났습니다. 머리카락 사이로 흰 얼굴을 문득 본 듯도 하였습니다. 하나의 표정이 오래되어 눈도 코도 입술도 사라진 윤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