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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임 Dec 04. 2023

이 은, 밤이 부족하다

빙빙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면 인간도 어느새 기계의 일부가 된다. 기계의 속도에 맞춰 손발을 움직이는 인간은 기계의 동료. 기계에 영혼이 깃들었다고, 나처럼 피 냄새 살냄새 땀 냄새가 난다고, 이렇게 쿵쿵 뛰는 심장이 기계 속에도 있다고 믿지 않으면 이명의 시간을 버틸 수 없다. 인간은 녹슬지언정 영혼을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커다란 굴뚝이 있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눈이 떠지지 않는 출근길 버스정류장에서 굴뚝의 연기를 바라보며 구름 같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한숨이 모여 구름이 된다면 저 굴뚝 속으로 저렇게 길고 큰 한숨을 쉰 이는 누굴까. 정말 기계에도 심장이 있어서

잡아먹은 손가락, 잡아먹은 뼈, 잡아먹은 눈물, 잡아먹는 땀으로 누더기 심장을 만들어 고동치는 것이 아닌지. 불완전한 마음에도 고통이 있어 밤마다 한숨짓는 것은 아닌지. 기계가 멈추면 얼어붙을 온갖 집들의 저녁 밥상을 생각하며 기계도 힘을 내는 것이 아닌지. 이쯤 되면 기계와 인간 사이에 경계도 없는 것은 아닌지.

잠을 어지럽히는 불안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 되어버린 하루하루를 기계 위에 싣는다. 테이핑을 하고 얼음을 담고 자르고 닫고 담고 붙이고 보내고 빙글빙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의 영혼을 염려하며, 손가락을 움직이고 눈을 부릅뜬다. 오, 기계여, 나의 동료여, 매일 심장을 씹어뱉어 만든 나의 프랑켄슈타인, 영혼의 쌍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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