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의 빛, 바람의 결, 나뭇잎의 뒷면, 그 연한 색.
그런 것들에 눈을 뺏기면 길 밖으로 한 걸음 나오게 된다. 인간의 일들 곁 어디 즈음에.
한 걸음 벗어난 것으로도 충분히 가볍다. 발바닥이 들리고 발톱으로 선다. 인간이란,
이다지도 허약해서.
생활에서 딱 한 걸음, 그것이 그렇게 무서운 거다. 보아야 할 것들을 보지 않고 보지 않아도 될 것들에 마음을 주는 일이란. 인간이란 그렇게 쉽게 나부끼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 걸음이란 참으로 아슬아슬하여 사람의 세상과 사람 밖의 일들에 걸쳐 있으니
풍성하고도 아름답기도 한 것이다.
이 한 걸음의 간격을 잘 버티고 삼백육십오 일 지내왔다. 환한 쪽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환한 것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딱 한 걸음의 아름다운 보폭을 기억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