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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임 Jan 22. 2024

24.1.22

다니는 요가원에 새로 선생님이 오셨어요.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수업이 있는 곳이라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 수도 열 분 남짓. 저마다 수업 스타일도 다르고 수련의 지향점도 달라요. 당연한 일이죠.

이 선생님의 수업 스타일도 색달랐어요. 힐링 수업을 들었는데요. 소도구를 활용해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길게 머무르는 스타일이셨어요. 나는 선호하는 타입인데, 문제는 말씀이 너무 많다는 것. 요가를 통해 닿는 지점은 사람마다 달라요. 요가라고 해서 모두 스트레칭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몸을 희한하게 틀고 비트는 것만 하지도 않는 것처럼. 어떤 이는 균형을, 어떤 이는 고요를, 어떤 이는 활력을, 또 어떤 이는 자유를. 같은 아사나를 하면서 모두 닿는 점이 다르죠. 길게 머무르며 조금씩 몸이 나아가는 것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데, 선생님께선 자꾸 나아가야 할 방향과 닿는 지점을 설명하세요. 머무름도 긴데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많으니 늘 수업 시간을 넘겨요. 우리 요가원은 60분 수업을 하는데 7-80분을 수업하시니 바쁜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중간에 나가야 해요. 수업의 공기가 흔들려서 대부분 그러지 않으신데 요즘처럼 바쁘게 살아야 하는 세상에선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이것도 선생님의 스타일이려니 하며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함께 타시려고 기다리시는 다른 분들이 불평을 하시더군요. 불평의 포인트는 나와 달랐어요. 이분들은 좀 더 활력을 느끼고 싶은 분들. 그래서 이렇게 고요하게 가라앉는 요가는 그저 잠만 올 뿐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요가원을 나서기 전에 어떤 분께서 선생님께 충고하시는 것을 들었거든요. 마지막 명상 시간에 요즘 읽고 있는 책에 대해 길게 말씀하셨는데 사실은 나도 좀 힘들었어요. 메시지가 잘 와닿지 않았거든요. 무엇을 말씀하시고 싶은 건지는 대충 알겠는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어요. 왜 그렇잖아요, 나는 정말 좋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은 아니잖아요. 그것도 그러려니, 불편한 마음을 주머니에 넣고 사람 좋게 인사하며 문을 나서는 나와는 달리, 그분은 강력하셨어요. 단호하게 말씀하셨어요. 선생님, 그런 멘트는 명상하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줍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곰곰이 생각했어요. 사실 나는 불편한 것들을 회피하는 편이에요. 거절을 잘 못해서 힘들어하기도 하고요. 사람하고 적극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어려워하다 보니 수용하고 참는 쪽으로 가요. 그래서 더 사람이 불편해지고 - 악순환이죠. 아마 이분의 수업이 더 힘들어지면 나는 슬그머니 다른 수업에 들어갈 거예요. 우리 요가원은 아침부터 밤까지 수업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 같은 사람만 있다면 선생님의 수업은 텅 빌 뿐이겠죠. 나아가지 못하겠죠. 그래서 다른 회원분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시는 거예요. 함께 하길 원하니까요. 도망치는 게 아니라.

아아, 나는 참 - 하고 반성했어요. 내가 거절을 하는 몇몇 벗들의 얼굴을 떠올렸어요. 나는 어떤 사람들에게 거절을 하나, 생각해 보니 그들은 하나같이 강하더군요. 내 마음을 오해하지 않을 정도로 친한데, 나보다 강해서 나의 거절을 잘 받아들이는 건강한 사람들. 그런 사람 몇이 있어 내가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잘 왔다고 생각했어요. 고마웠어요.

그리고 좀 더 담백해지자고 생각했어요. 거절하면 상처 입힐 거라고 생각하는 건 내가 그 거절에 마음을 담아서에요. 질척거리는 감정이 고여있어서에요. 담백하게, 산뜻하게, 치우치지 않는 다정함으로 사람들을 대하자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어요. 장갑 낀 손으로 닿지 않는 심장을 꾹 눌렀어요.

더 외로워지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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