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하 시집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

by 별이언니
다운로드.jpg



를 읽고

*

어느 먼 봄날,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꽃이 핀 나뭇가지 아래 앉았다. 살랑거리며 바람이 불었다. 스카프 속으로 길고 서늘한 손가락을 밀어넣어 목을 어루만지는

**

꽃이 이렇게 피었는데도 봄은 싸늘하구나, 생각하고. 이마에 젖은 입술이 닿는 것 같아 눈을 뜨니 애인은 없고 사월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

벚꽃이 가득 피었는데 하늘엔 온통 햇빛을 업고 반짝반짝 빛나는 눈이 가득했다. 내리면서 녹는 눈. 땅에 닿기도 전에 눈앞에서 녹아 사라지는 눈.

****

그날 이후, 감정이 그을리는 어떤 날에는 심장을 열어 봄눈을 꺼냈다. 눈이 내려서 비로소 따뜻해진 꽃피는 봄을 가만히 흔들어 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빅터 라발 <엿보는 자들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