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라는 것은 참으로 묘하다. 어떤 이에게는 오래 머물러 어느덧 자신이 그 장소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다른 이에게는 바쁘게 스쳐 지나가 휘발되는 기억이기도 하니. 모두의 애착 장소가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지구는 저마다의 기억 얼룩이 고르게 물든, 근사한 애착이불이기도 하겠지. 지구에 머무는 우리 모두의 애착이 이 행성의 표면을 뒤덮어 지구는 우리의 잠과 숨을 아늑하게 덮어주는 것이리라.
브루클린에 가본 적은 없지만 매체를 통해 본 그 거리는 매우 활발하고 바빠 보였다. 그 거리 어딘가 미연이 일하는 카페가 있고, 미연에게 인사를 건네는 카페의 단골들이 있다. 그들에게 브루클린 거리 모퉁이 그 어느 카페는 기억의 일부가 짙게 착색된 장소다. 카운터 뒤에서 미연이 몇 계절을 보내는 동안, 단골들은 떠나기도 하고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카운터 뒤 미연이 떠날 차례. 오래 머물렀던 장소를 떠나는 것은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겠지만, 왠지 미연이라면 어디에 있어도 다시 자신만의 색과 향으로 근사한 얼룩을 남길 것 같다. 미연이 보냈던 몇 계절 동안 어쩌면 카운터에, 카페의 마룻바닥에 은밀히 떨어져 향기를 남겼던 기억들이 오래 그 장소에 남아 다음 어느 예민한 방랑자가 그곳에 섰을 때 그리운 기억을 흘리기를.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과 기억이 겹겹이 쌓여 어떤 장소는 그윽해진다. 아주 특별한 장소가 된다. 카운터 뒤 미연의 일기를 이렇게 나눠주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