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창문 너머로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시인이다. 자신을 스쳐가는 단 한순간도 똑같은 풍경이 없다는 것을 시인은 안다. 식탁 의자에 앉아 창문 너머로 달려가는 우주를 바라보며 시인은 시를 쓴다. 그것만이 아름다움이고 구원인 것처럼.
어느 날은 머리를 기울여 책장을 넘긴다. 천장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식탁 다리가 벽을 타고 기어올라가 시계를 건드리는 기괴한 손가락이 될 때까지. 이미 죽어 무덤조차 평평해진 옛 시인들의 작품을 읽으며 담담하고 슬프며 경이롭다. 그렇게 시인은 시간마저 건너간다. 모래를 빚는 파도처럼.
또 어느 오후엔 개를 데리고 숲으로 간다. 집에서 사료를 충분히 먹었지만 들쥐를 사냥하는 개를 물끄러미 본다. 개의 영혼에 기묘하게 덧대인 흔적을 가만히 더듬는다. 인간의 몸에선 이미 희미해진 야생의 흔적을. 시간은 무심히 흐르고 한자리에 오래 머무르고도 세월을 세지 않는 시인은 아침마다 어리둥절하다. 이제 작은 발이 밝고 올라서지 않는 침대 발판에 아직 차가운 자신의 발을 올리고. 인간은 오래 살고 개는 그만큼 견디지 못한다.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그래도 새는 날고 구름은 피어나며 숲은 새로운 나무를 기른다. 뒤뜰을 조용히 가로지르는 뱀들은 올해도 은신할 것이다. 가끔 바뀌는 이웃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M의 취향을 들여다보고 동거하는 모든 것들을 바라본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시인의 세계는 늘 새롭고 풍요롭다. 어느 여름도 똑같지 않다.
머무르면서 시를 쓴다. 깊고 풍요로운 시간과 공간을. 시인의 완벽한 날들을. 시인이 기대앉아 가볍게 한숨짓는 맞은편에 머무르고 싶다. 잘 익은 고요를 맞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