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아&권민경, 우리는 서로를 펼치고

by 별이언니

여름을 형상화한다면 맞아, 그렇겠지. 유리잔에 가득 찬 얼음, 흔들면 자그락거리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맑은 물을 흘리다가 달각,

무너진다.


얼음만 가득 유리잔에 채워 테이블에 놓고 그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아


적당히 그늘이 지고 서서히 숨이 막히는 오후의 부엌에서


가만히 생각한다, 여름을. 여름을 닮은 사람을.


여름을 닮은 사람은 너무 멀고 아름다워서 닿을 수 없다. 나의 사랑은 얼음을 가득 담은 유리잔 앞에 무릎을 안고 앉아 생각하는 일. 오래오래.


두 명의 시인이 우정 시집을 냈다는데, 그들에게 서로는 만져지는 무엇일까. 아니면 역시나 멀고 아름다워서 은하 몇을 경유한 통신을 하느라 밤 동안 낮 동안 시를 쓴 것일까.


천정이 높은 홀은 목소리가 울려서 사방에서 시가 들렸다. 하얗고 쨍한 조명 아래 나란히 앉은 시인들이 시를 읽었다. 등 뒤에선 거대한 에어컨이 윙윙 울었다. 그건 먼 미래의 날씨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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