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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다독임>

by 별이언니

예전에 봤던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왔다. 말을 해줘! 말하지 않으면 나는 몰라!

이심전심의 기술은 친밀도도 중요하지만 운이 따라줘야 한다. 결국 우리는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너의 마음도 나의 마음도. 가끔은 말을 해도 전해지지 않는다. 마음이란 것은 대체 무슨 말로 들어올려야,

제 색깔과 제 내음으로 세상에 드러나나요.

어쩌다 만난 말 앞에도 골똘히 주저앉아 생각하는 일. 마음이 어지간히 깊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걸 매일 매순간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앞에 말은 마음이고 사람이고 세상이다. 허투루 나온 뜨거운 말에 마음을 데이고 무심결에 나온 아름다운 말에 하루가 흔연해지는 이. 그가 시를 쓴다면 그건 당연한 거겠지.

시인이 쓰는 산문이기에 다정하다. 그리고 읽는 이에 대한 배려가 깃들어 있다. 누구라도 읽고 고개를 끄덕일만큼 쉽지만 그안에 담긴 생각은 또 깊어서 시인처럼 우리도 오늘 하루 내가 내어놓은 말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말하는 일, 글을 쓰는 일, 글을 읽는 일 - 마음을 전하고, 나를 다시 돌아보고, 그리고 당신에게 닿는 일. 이것만으로도 족하다. 우리가 곁에 머무는 것은, 따뜻해지는 것은.

시인은 시간을 들여 오래오래 말을 궁글려 내려놓는다. 그 말이 우리를 다독다독 도닥인다. 세상의 모든 고단함이 한꺼번에 몰려와 마음이 꺾이는 날, 내 마음을 들어올릴 말을 찾을 수가 없어서 그만 새까매지는 날,

울어도 괜찮다고 어느 말이 다가와 도닥인다. 이 깊은 다독임 속에서 위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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