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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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세계도 하나의 행성과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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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가 가늘고 이삼일 피었다고 흩어져버리는 꽃도 있고, 지붕에서 구름으로 다시 나무 위로 건너다니는 바람도 있고, 굴러떨어져 저절로 부서지는 햇빛도 있다. 몸내가 짙고 터럭이 굵어 어슬렁어슬렁 밤에만 돌아다니는 짐승도 있다. 감정에도 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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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있으니 뼈도 있겠지. 눈을 감고 뼈를 상상할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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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손을 뻗어 손목뼈를, 광대뼈를 만져보는 일은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일종의 결벽과도 같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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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결벽 때문에 가난하진 않은데 궁핍한 거지. 매번 툭 - 절벽으로 무너지고, 그래도 또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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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다 고인으로 개명할 사람들끼리 지지고 볶으며 사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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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주치는 감정은 저마다 다른 몸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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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몰고 올 구름에 한 겹 씌워진 감정이 또 툭- 하고 무너지는 오후에, 생생불식 형형한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