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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모기 Feb 23. 2024

달다. 초콜릿과 커피와 인생.

영화 '웡카' & 일드 'eye love you'

단맛을 즐기지 않아 초콜릿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요 며칠 뜻하지 않게 초콜릿 생각을 담뿍하며 지내고 있다.

 

- 찰리와 초콜릿 공장 후속 편 영화가 나왔대. 보고 싶어!

- 애기들 보는 영화 아냐?

- 그런가... 엄마 찰리와 초콜릿 공장 안 봤어?

- 제목만 들어도 유치할 것 같아 안 봤는데.

- 난 좋았는데...


스물넷이나 된 애가 뭐 그런 영화를 보고 싶어 하나 싶었다. 그래도 방학이라고 모처럼 집에 온 딸이 원한다니 영화관까지 태워다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나온 김에 같이 봐줄까 싶은 마음으로 영화관까지 따라 들어갔다. 그렇게 본 영화가 '웡카'였다.

영화는 그 유명한 배우 티모시 샬라메라는 청년이 노래를 부르며 시작된다. 모자 한가득의 꿈(A hatful of dream)이라는 노래가 흐르는 순간 나와 딸은 웃으며 눈을 마주친다. '이런 영화였어?', '나도 몰랐어.'  우리 둘은 첫눈에 알아봤다. 이건 우리 취향이구나! 음악이 가득한 영화였다.

극장을 나서는데 달콤한 동화 한 편 읽은 느낌이다. 마음속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몰랐던 동화적 감성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따스해졌다. 어른들도 누구나 한때 어린이였기에 이런 고운 결의 영화를 만들고 나누어 보는구나 싶다.

초콜릿을 사가서 영화 보라는 말이 떠돈다며 딸은 초콜릿을 미리 샀었다. 하지만 영화만으로도 충분히 달콤해서 영화 상영 중에는 초콜릿 생각이 나지 않았다. 사갔던 초콜릿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손도손 나눠 먹었다. 달다는 것은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면서 평소 즐기지 않던 초콜릿을 재미나게 먹었다.   


초콜릿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해 준 것이 일본 드라마 'eye love you'이다. 잘생긴 한국 청년이 일본의 대표 텔레비전 방송사인 TBS의 드라마 주인공이 됐다는 뉴스를 들었다. 순전히 한국 남주인공이 일본어를 얼마나 잘하려나 하는 호기심 때문에 보게 되었는데 거기서 또 초콜릿을 만났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커피와 초콜릿을 만드는 회사의 사장이다. 그녀 회사의 초콜릿은 특별하다. 드라마 1화에 나온 그녀의 설명을 빌리자면,  

"카카오 열매를 카카오 포드(길쭉한 타원형 모양. 아기 머리만큼 꽤 큼)라고 한다. 안에 카카오 펄프라는 과육에 싸인 종자가 30개 있다. 이것이 카카오 콩이다. 초콜릿을 만들 때는 카카오 허스크라는 외피를 벗긴 카카오 닙만 사용한다. 폐기되는 카카오 허스크로도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 수 있다. 폐기되는 카카오 허스크를 사용해서 초콜릿과 카카오 풍미의 커피와 생활용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우리 회사 DOLCE AND CHOCOLAT이다."

멋지다. 버려지는 것에 시선을 두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의 발상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가까이 있다면 얼른 그녀 회사의 매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시간을 되돌려 여주인공이 어린아이였을 때 돌아가신 엄마의 사진 앞에서 아빠와 이런 대화를 나눈다. 엄마 잃은 슬픔에 밥을 먹지 않는 어린아이 앞에 아빠가 커피 한 잔과 초콜릿을 내놓는다.

 - 커피 못 마셔. 쓰단 말이야.

 - 이 커피에는 초콜릿처럼 카카오가 들어 있어.

 - 초콜릿처럼? 달지 않은데?

 - 응.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써지기도 하고 달아지기도 해.

   인생도 그래. 네 행동에 따라 써지기도 하고 달아지기도 해

 - (커피 한 모금을 마신 어린아이) 쓰다

   (초콜릿 한 알을 먹고) 달다


아빠와의 이 추억 한 장면이 여주인공의 현재를 만들었나 보다.


영화 웡카를 보면서 초콜릿의 단맛에 매료되었다면, 일본 드라마를 보면서 단맛의 이면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단맛의 근원에 대해서도.

카카오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아주 달기도 아주 쓰기도 하다. 달다와 쓰다는 극단의 맛이다. 우리의 인생은 달다와 쓰다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펼쳐지는 영화이자 드라마이다.

단맛과 쓴맛에 대해 개인이 느끼는 감도 차이도 흥미롭다. 같은 것을 먹고도 누구는 달아서 좋다 하고 다른 이는 너무 달아서 싫다 하고. 쓴맛에 대해서도 누구는 잘 참고 누구는 도저히 못 참겠다며 뱉어내니 말이다.


내 삶의 남은 시간들이 달다와 쓰다 사이의 적당한 공간을 오가며 적당히 평온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깊은 생각이 담긴 아름다운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 주는 창작자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 그들 덕분에 내 삶에 단 맛의 함량이 높아지고 있으니.      


달달했던 영화 웡카의 달달한 노래를 들으며, 쓰지만 맛있는 커피나 한 잔 내려 마셔야겠다. 좋은 인생!




*영화 웡카(WONKA)는, 로알드 달의 동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기존 작품보다 작품 내적으로 시간상 앞에 있는 작품) 작품으로 서브 주인공인 윌리 웡카의 과거사를 다룬 작품입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후속 편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겠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안 보고 봐도 될까 하며 영화관에 갔었는데, 저처럼 웡카만 보셔도 충분합니다^^


*드라마 EYE LOVE YOU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연하의 한국인 유학생과 사랑에 빠지는 판타지 러브스토리입니다. 한국어와 한국 음식들이 많이 나와서 괜히 뿌듯합니다. 일본에서 한국 음식 한국드라마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정말 크답니다^^

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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