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모양으로 매듭을 묶는 마음

개인연구보고서 제출

by 요모기

선물포장을 할 때, 운동화 끈을 맬 때 마지막엔 예쁜 리본 모양으로 매듭을 짓는다. 리본을 묶는 순간은 손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그동안 묶어온 끈이 행여 흐뜨러지진 않을지 염려되는 마음, 되도록이면 리본이 예쁜 모양으로 완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거기 모이기 때문이다. 일단락의 순간이다.


2024년 11월 25일 개인연구보고서를 제출했다. 연구년 교사로서의 일단락을 지었다. 3월부터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수 십편의 논문을 읽었다. 연구비의 대부분을 도서구입비와 논문 출력 제본비로 지출했다. 올 한해는 학교에 근무하지 않으므로, 혹여 경기교육 정책의 흐름을 놓칠까 싶어 원격업무지원 시스템에 접속하여 공문들을 읽었다. 3월부터의 11월까지의 시간이 순간의 느낌으로 흘러가버렸다.


모둠원 7명의 이름이 들어간 공동연구보고서는 조금 더 이른 11월 15일에 제출했다. 공동의 작업이 늘 그렇듯 조금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은 이들이 있다. 모둠원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지난 시간 내내 내 안에서 일렁였다.

3월에는 공동연구한 내용을 책으로 출판해 보자는데 합의했었다. 부지런히 모여 함께 이야기하고 각자 몫을 연구했다. 단행본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이라 완성된 보고서는 300쪽이 넘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상황으로 책을 내는 상황까지 이르지 못했다. 공동연구보고서는 30쪽 이내여야 한다. 이미 만들어진 내용을 1/10로 줄여야 했다. 편집 작업이 험난했을 것인데 그것을 해준 모둠원 J선생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 이전에 각자 연구한 내용을 모아 300쪽으로 편집해준 S선생님도 고맙다. 한 명 한 명의 모둠 선생님 얼굴을 떠올리면 모두 다 고맙다.


나의 개인보고서는 예쁜 리본이었냐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같다. 하지만 후회는 조금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했다. 무엇보다 나의 행복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연구하고 보고서를 썼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원하지 않는 공부를 한 적이 많다. 그때마다 힘이 들었다. 올해는 내마음이 닿는 만큼, 원하는 만큼 공부하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어찌되었든 나의 이름이 적힌 보고서 한 편을 세상에 내보낸다. 끝냈다는 후련함이 크다. 매듭을 지었다. 남이 볼 때 조금 비뚤어지고 미운 모양이더라도 상관없다.

내 리본에는, 묶은 나만이 아는 소중한 시간들이 담겨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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