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제 나이스웨더, 피치스 도원을 곁들인
더 콘비니 @theconveni. 일본 도쿄 긴자에 있는 편의점 스타일의 컨셉 스토어, '편의점'이라는 뜻의 コンビニ (콘비니)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fragment design을 이끌며 일본 스트리트 신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후지와라 히로시가 구상한 공간이라고 하네요.
저는 여기 분위기를 보자마자 '아 가보고 싶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스스로 물었죠, '도대체 왜?' 참 희한합니다. 힙하다는 그 미묘한 느낌,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한번 더 콘비니의 창조주들이 어떤 생각으로 기획을 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죠.
난 뭐 안 해도 멋진데?
무슨 느낌인지 아시죠, 애써서 많은 걸 보여주려고 하면 오히려 별로인 거. '편의점'이라는 컨셉 자체도 거창하지 않고 캐주얼합니다. 편하게 집 앞 편의점 가는 느낌으로 브랜딩을 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브랜드 컬러와 패키징, 그리고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더 콘비니를 살펴보죠.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게 만드는,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는 그 요소들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더 콘비니는 프린터 토너에서나 볼법한 CYMK 색상을 브랜드 컬러로 잡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사무용품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일관되게 다양한 형태의 상품에 적용하였습니다. 폰트나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딱딱하고 형식적으로 통일시켜 사무적인 느낌을 의도한 것처럼 보이죠.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도 음료수나 티셔츠, 양말, 수건 등 지극히 평범한 제품들입니다.
컬러를 정할 때 근사한 이유를 찾으려 하지 않은 것 같아요. 눈앞에 보이는 프린터를 보고 '어? 토너 색깔로 하자' 가볍게 결정한 듯한 캐주얼함에 우리는 끌립니다. 쨍한 색감 덕분에 대비가 확실하고 가시성도 확보할 수 있는 건 일석이조입니다.
후드티를 과자봉지에 넣어줍니다. 편의점 컨셉이니까요. 이 묘한 부조화가 만들어내는 느낌이 상당히 신선합니다. 양말은 우유 곽에 넣어주고 수건은 잘 접어서 삼각김밥처럼 포장을 해줍니다. 역시, 인증샷 찍고 싶어지죠.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올리고 싶습니다. '대충' 패키징한 것 같지만 확실히 더 콘비니는 뭐가 멋진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비슷한 맥락입니다. '너네 이거 원해? 해줄게' 느낌으로 접근합니다. 일례로 GD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콜라보를 진행하였습니다. '피마원'은 발매를 하면 즉시 품절돼서 구하기가 정말 어려운데요, 더 콘비니는 기존의 결을 유지하면서 쿨하게 대합니다. 이번엔 그 구하기 어렵다는 '피마원'을 아예 티슈 박스 안에다가 넣어버립니다. 이렇게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도 '더 콘비니' 아이덴티티를 흐리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더 콘비니에서 부분 레퍼런스를 따온 것 같은 요소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멋지다는 거죠, 멋진 건 은근슬쩍 따라 하고 싶습니다. 나이스웨더와 피치스 도원을 함께 보시죠.
편의점 컨셉 편집샵, 나이스웨더(@niceweather_seoul)를 아주 성공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CNP입니다. 더 콘비니와 유사한 편의점 컨셉이지만 CNP만의 브랜드 색깔을 담았죠. CNP는 아우어베이커리, 올드페리도넛, 도산분식, 호랑이식당, 더블트러블유니언, 신사치킨클럽, 땡스피자 등 수많은 F&B 브랜드를 탄생시켰고 최근에는 YG 굿즈샵인 theSameE와 나이스웨더, 그리고 맛집 플랫폼인 푸딘코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CNP를 이끌고 있는 노승훈 대표님은 'NICE WEATHER' 네이밍은 유년시절 집 앞에 편의점이 처음 생겼을 때 당시의 그 산뜻한 기분, 화창한 날씨를 떠올리며 지은 이름이라고 했습니다.
더 콘비니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편의점처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접근성에 정말 다양한 브랜드를 더하면서 문화적인 요소를 더했다는 점입니다. 평소에 접하기 힘든 브랜드들을 감각적으로 소개하고 아주 매력적인 PB 제품까지 적절히 섞었습니다. 더 콘비니가 일관된 패키징으로 통일성을 줬다면 나이스웨더는 다양성을 추구한 셈이죠. 그도 그럴 것이 CNP는 자사 브랜드의 경쟁력이 이미 충분히 갖춰진 상태입니다. 브랜드 간의 시너지도 참 좋죠.
숍인숍으로 올드페리도넛과 아우어베이커리의 커피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더블트러블유니언에서 취급하는 잘츠바겐의 샤퀴테리 제품들도 찾아볼 수 있어요.
그런가 하면 패키징과 판매 방식을 비슷하게 구현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피치스 (@peachesoneuniverse). 요즘 브랜딩 신에서 아주 핫하죠. 스트리트카 문화에 기반을 둔 패션 브랜드로 최근 나이키와 협업을 할 정도로 급성장 중입니다. 피치스의 오프라인 매장, 피치스 도원 (@peaches_d8ne)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또 다녀오지 않을 수가 없죠. 이곳에서 남성 속옷을 파는 방식이 눈에 띕니다.
더 콘비니가 생각나지 않으신가요? 영양정보가 쓰여있는 초코바 봉지에 속옷이 들어있습니다. DP는 마치 정육점에서 볼 법한 냉장고에서 하고 있죠. 확실한 아이캐치이자 바이럴 요소입니다. 당장 저부터도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에게 공유했어요. 그리고 예뻐서 결국 하나 샀습니다.
최근에 저는 '어떻게 하면 멋진지 아는' 사람들이 가장 부럽습니다. 트렌드를 선도하고 팬을 모으고 길거리의 풍경을 바꿉니다. 그리고 은근히 어필합니다.
난 뭐 안 해도 멋지긴 한데, 너도 그렇게 될 수 있어.
한창 브랜드 몇 개를 마음속에 품고 소비력이 생기기 시작하는 MZ세대. 이들에게 접근하고 싶은 마케터, 기획자라면 한번 더 고민해봅시다. '이게 왜 멋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