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na Jun 12. 2017

엄마의청주짜글이정식

종달리엔엄마식당





제주에서 지내고 있던 작년, 추석 전에 잠깐 본가에 다녀왔던 날이 있었다.
엄마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해줄테니 말하라고 하셔서 난 그냥 '김치찌개' 라고 답했다. 
있는 반찬 없는 반찬 다 꺼내 차린 그득한 밥상 위엔 보글보글 김치찌개가 내 앞으로 가까이 밀어져 있었다.

종달리의 엄마식당에서 청주짜글이정식을 먹었다.

청주 출신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맛깔나는 반찬들이 쟁반 가득 나오고, 

뚝배기에서 바글바글 끓고 있는 새빨간 짜글이의 매운 내가 코를 톡 쏜다.

눈물이 왈칵 났다.

이 날 있었던 몇 가지 속상한 일들 때문에 마음이 무척 어지러운 상태였는데,
엄마의 마음으로 차린듯한 넉넉한 상차림과 주인어머님의 포근한 미소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밑도 끝도 없이 세상 서러워지며 눈물이 줄줄 났다.
우니까 코가 막혀서 반찬 맛이 안 느껴진다. 코를 핑핑 풀어가며 꾸역꾸역 입안으로 음식을 밀어 넣는다. 
엄마의 사랑을 와구와구 삼켰다.




글/그림 YONA

instagram.com/wheres_yona


매거진의 이전글 멸고국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